성과-능력 중시..유엔무대 대북외교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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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21일 4강 대사 가운데 주중, 주일 대사를 교체한 인선은 '실무형' 전진배치라는 특징을 보인다.
이번 인선에서 중량급 정무직 인사들이 포진해온 동북아 외교의 핵심 포스트에 모두 '커리어(직업외교관)' 출신들이 기용됐다.
이는 집권 중ㆍ후반기로 넘어가면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인선 패턴의 흐름을 보여준다.
과거 정권을 되돌아보면 집권 초반에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정무직 인사들이 4강을 포함한 주요 공관장 자리에 진출하지만, 중반기를 넘기면 직업외교관 출신들로 '물갈이'되는 경향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인선은 이 같은 인사경향과 동시에 '정치적 능력'보다는 외교적 성과와 결실을 일궈내는 '실무적 능력'을 중시하는 쪽으로 4강대사 인선기준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풀이가 나온다.
류우익 주중 대사의 경우 현 정부 초대 대통령실장 출신이라는 정치적 중량감을 바탕으로 한ㆍ중관계를 격상시키는데 성과를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중국업무에 정통한 인물이 아니라는 점에서 '관시(關係)'를 중시하는 중국업무의 특성상 어느 정도 한계를 겪었다는 지적도 없지 않았다.
권철현 주일 대사는 정ㆍ관계에 포진한 폭넓은 인맥을 활용해 지난해 강제병합 100년을 맞아 8.15 총리 담화를 이끌어내는 주목할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앞으로는 총리담화 후속 이행과 독도 등 한ㆍ일 갈등 관리, '방사능 사태' 대처 등 고도의 실무적 관리능력이 요구되는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게 외교가의 관측이다.
이에 따라 이들 대사의 후임에는 외교부 내에서 실무적 능력이 가장 탁월한 인물들로 채워졌다. 외국어 구사능력과 교섭능력, 현안 대처 능력의 삼박자를 두루 갖춘 대표적 '프로 외교관'이라는 게 외교가의 중평이다.
주중 대사로 내정된 이규형 전 러시아 대사의 경우 주중 공사시절 폭넓게 맺은 인적 네트워크가 풍부하고 러시아 대사로 주재할 당시 경제협력을 크게 증진시킨 경험이 있다는 점에서 대중 외교에서도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 앞으로 북핵 6자회담 재개를 비롯한 대북현안 대응이 긴요한 국면이라는 점에서 다양한 경험을 갖춘 이 대사의 역량에 외교소식통들은 주목하고 있다.
당초 김숙 전 국정원 1차장도 주중 대사로 거론됐으나 중국 근무경력이 없던 점이 부담으로 작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일 대사로 내정된 신각수 전 외교부 1차관은 외교부내 대표적 일본통이라는 점에서 '적재적소' 인사로 꼽힌다. 주일 대사관에서 근무했고 동북아 1과장(일본과장)을 지내 한일관계의 여러 현안을 처리하는데 적임자라는 게 청와대측의 설명이다.
신 전 차관은 한때 특채 파동에 따른 지휘책임 논란을 겪기도 했으나 이번 인선으로 부담을 털어냈다는 평가도 나온다.
4강 대사에 버금가는 주 유엔 대사에 김숙 전 국정원 1차장이 기용된 것은 다목적 포석으로 볼 수 있다.
우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재선을 돕기 위한 인선의 성격이 있다. 김 전차장은 반 총장과 매우 가까운 사이여서 앞으로 재선과 이후 유엔 업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외교소식통들의 설명이다.
또 다자 외교무대에서의 대북 대응능력을 강화하려는 포석의 의미도 갖는다. 김 전 차장은 외교부내 대표적 미국통이면서 국정원 1차장을 지내며 대북업무를 다뤄왔다는 점에서 유엔에서 한ㆍ미 공조를 강화하는데 적임이라는 평가다.
외교부에서는 4강 대사 가운데 절반이 '커리어' 출신들로 물갈이되면서 고무된 표정이다.
지난해 특채 파동 이후에 실추된 외교관 이미지 속에서 사기가 저하됐던 외교관들로서는 다시금 자신감을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평이다.
조병제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주중, 주일 대사에 직업 외교관들이 내정된 것을 뜻깊게 생각하고 있다"면서 "외교통상부와 외교관들에 대한 신뢰와 기대의 표시가 아닐까 생각하고 앞으로 국익 증진에 최선을 다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주중, 주일 대사의 실질적 교체시기는 다음달 21일 개최되는 한ㆍ중ㆍ일 정상회의를 마무리한 이후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임 대사들의 아그레망 절차가 통상 한두달 걸리는 만큼 류 대사와 권 대사는 그 기간을 이용해 정상회의를 준비할 것이라는 외교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현재 류 대사와 권 대사는 입각을 희망하거나 내년 총선을 준비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구체적인 거취는 4.27 재보선 이후 결정될 전망이다. 류 대사는 통일부 장관 등으로 입각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외교부 내에서 한때 특정고 편중 논란을 빚었던 서울고 출신 두 사람이 4강 대사 두 자리에 기용된 점도 눈길을 끌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