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문산 시민들, 대북전단 대신 합동위령제“북 위협으로 남남갈등 없다” 화합의 메시지 날려
  • ▲ 시민단체와 문산 시민들이 임진각에서 합동위령제를 지내고 있다.ⓒ장재균 기자 제공
    ▲ 시민단체와 문산 시민들이 임진각에서 합동위령제를 지내고 있다.ⓒ장재균 기자 제공

    북한 김일성의 생일인 15일 오후, 임진각에선 북을 향한 풍선이 날아올랐다.
    하지만 그 풍선은 이날 아침 탈북자단체 등이 보낸 대북전단은 싣고 있지 않았다.
    대한민국어버이연합과 납북자가족모임, 해군 UDT 동지회, 문산읍 이장단 협의회, 상인연합회가 함께 띄운 이 풍선들은 대북전단 대신 ‘남남갈등’은 없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북에 전하고 있었다.
     
    어버이연합 등은 애초 이날 대북 전단을 담은 풍선을 띄울 예정이었다.
    3월 초부터 계획된 행사였다.
    하지만 북한의 위협으로 현지 주민들과 대북전단을 띄우는 시민단체들의 갈등이 불거지자 이들은 다른 선택을 했다.
    대북전단 대신 북한에 의해 희생된 이들을 위하여 합동위령제를 생각해냈다.
    시민단체들은 이달 초 두 차례 주민이며 상인 대표들과 마주 앉았다.
    마음을 열고 대화를 나눴다. 다소 어긋난 주장으로 얼굴이 붉어지기도 했지만 이들은 서로를 이해했다. 그리고 북에 전단보다 더 통쾌한 ‘선언’을 하기로 했다.
    대북전단을 띄우는 장소를 타격하겠다는 협박으로 남남갈등을 유도하려는 북에게 “남남갈등은 없다”는 메시지를 띄워 보내기로 한 것이다.

    현지 주민들과 어버이연합 등은 이날 합동으로 북에 의해 희생된 이들을 위한 위령제를 지냈다.
    시민단체와 주민들이 손잡고 나란히 섰다.
    그리고 고인들을 위해 마음을 함께 한 절을 올렸다.
    최성용 납북자가족모임 대표는 “문산시민과 합동으로 위령제를 지내기는 처음이고 그래서 더욱 뜻 깊다”며 “북한이 임진각 조준사격을 한다는 위협이 적지 않은 남남갈등을 유발했지만 현지 주민과 머리를 맞대고 상의해 합동으로 위령제를 지내는데 이 모습은 남남갈등 아닌 남남화합의 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국악예술원 정수정씨의 살풀이춤 공연과 지명스님이 집도한 명복을 비는 불교의식도 행해졌다.
    이흥우 대한민국어버이연합 회장은 “고인이 되신 분들 이외에 아직 살아계신 납북자들이 적지 않다”며 “정부는 적극적으로 이들의 생사 확인 및 송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성찬 해군 UDT 동지회 유성찬 수석부회장은 북한에 의해 희생된 분들과 지난 냉전시절 대북작전 및 은밀작전에 희생된 UDT 요원의 명복을 빌었다.

    위령제를 마친 시민단체 회원들과 문산 시민들은 임진각 광장에 모여서서 한마음으로 풍선을 날려 보냈다.
    북으로 날아가는 풍선들은 ‘우리는 하나, 남남갈등은 없다’고 외치고 있었다.
    북에 의해 희생된 억울한 영혼들 역시 훨씬 가벼워진 날개옷을 입고 함께 날아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