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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북한인권 전시회에서 시민들이 정치범수용소를 표현한 그림을 살펴보고 있다. ⓒ추진혁 기자
“너무 가슴 아파요. 같은 민족인데 북한 사람들이 이렇게 어렵게 살고 있는지 평소에는 몰랐어요. 오늘 전시회를 보면서 북한을 많이 알게 됐는데 조금이라도 돕고 싶어요.”
11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북한인권 전시회 ‘P세대와 함께하는 사진전 그곳에는 사랑이 없다’에 참석한 정예희(14) 학생은 사진과 그림을 보면서 내내 안타까워했다.
70여점의 자료들을 보면서 뭉클한 마음을 가진 것은 어린 학생뿐만이 아니었다. 이날 전시회에 참석한 은혜의 동산 기독교학교 학생 60여명을 비롯한 300여명의 시민들은 참담한 북한 주민들의 실상을 확인하고는 하나같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런데 유독 시민들의 눈길을 끄는 자료가 있었다. 바로 북한 정치범수용소에서 탈출해 국내에 입국한 신동혁(14호, 평북 개천, 1984~2005년 수감)씨의 용어 인식시점 조사 결과다.
신씨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정서표현 가운데 ‘억울하다’ ‘저항하다’ ‘기쁘다’ ‘흐뭇하다’ ‘다정하다’ ‘사랑스럽다’ ‘애정이 깊다’ ‘순수하다’ 등을 남한에 와서 처음 들었다고 했다.
그리고 관련 삽화에 따르면 수용소에는 희망이 담긴 단어들은 존재하지 않았다. 다만 덧셈과 뺄셈, 작업지시 수행에 필요한 최소한의 단어와 감정만을 학습하고 노동 현장에서 주먹과 몽둥이 아래 사육되는 노예만이 있을 뿐이었다.
이 자료를 본 시민들은 의아해하면서도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라며 탄식했다.
이날 행사를 둘러보던 한 탈북자는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그는 “남한 생활을 하면서 잊혀졌던 기억이 이 자료들을 보면서 새삼스레 떠올랐다”면서 “고통 당하는 것을 숙명으로 여길 정도로 익숙해 있는 우리 동포들이 하루빨리 깨우쳐 인간다운 삶을 누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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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회를 기획한 하임숙(24) 한동대학교 북한인권학회 세이지(SAGE) 회장은 이날 <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북한 정치범수용소와 인권문제’를 모든 국민들에게 알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하 회장은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에 대해 체제에 위협이 되는 자들과 그의 가족 3대를 사회로부터 격리 수용해 처벌하는 유형지로 한번 수용되면 광산과 벌목장 등에서 처참한 강제노동과 고문, 각종 폭력에 시달리다 대부분 수용소에서 죽음을 맞이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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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지난 2월 처음 인사동에서 전시회를 열었을 때는 북한 인권의 사각지대인 ‘정치범 수용소’라는 단어만이라도 알리고 싶었다”면서 “이를 위해 6개월 이상 자료를 조사했고 직접 문건을 제작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하 회장에게도 신씨의 용어 인식시점 조사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이는 사진전을 개최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그는 “신씨는 정치범 부모 사이에서 태어나 수용소 내에서 24년간 인간 이하의 삶을 살았다”면서 “탈출 후 ‘사랑한다’는 말을 남한에서 처음 들었고 의미도 몰랐다고 하는 것을 보면서 사진전을 결심하게 됐다. 그래서 제목도 ‘그곳엔 사랑이 없었다’고 지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의 실상을 보면 2차 세계 대전의 ‘히틀러 포로수용소’나 캄보디아 대량학살이 생각난다”면서 “전쟁이 끝난 뒤 폴란드의 수용소가 알려졌을 때 사람들이 받았던 충격과 비교하면 된다”고 했다.
하 회장은 “향후 통일이 됐을 때 북한의 정치범수용소가 열리고 이 사실을 우리가 알게 됐을 때 어떤 마음과 태도를 가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야 할 시점이다”라며 “그러면서 국민들이 더욱 북한 인권에 대해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그는 “이러한 전시회가 널리 확산됐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면서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자료를 웹하드에서 공유하고 있으니 필요한 분들이 이용해 달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행사는 한나라당 소속 심재철 권경석 나경원 차명진 강석호 권택기 김성회 김소남 김용태 나성린 박상은 박준선 신지호 유정현 이은재 이두아 이철우 장제원 조전혁 조진래 의원 등 20명과 한동대학교 북한인권학회 세이지(SAGE), 북한민주화네트워크, 북한정의연대가 공동주최했다.
한동대학교 북한인권학회 세이지 웹하드. www.webhard.co.kr ID: sagekorea1 PW: sage
다음은 이날 공개된 일부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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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혜원과 오규원은 북한 요덕 수용소에 수감되어 있는 대한민국 국적의 자매이다. 1985년 독일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아버지인 오길남씨는 좋은 교수직을 제공해주고 아픈 아내에게 최상의 진료를 보장하겠다는 북한의 약속을 믿고 월북했다. 1년 후 오길남씨는 독일에서 유학하고 있는 남한 부부를 데리고 오라는 북한의 지령을 받고 독일로 가던 중 탈출했고 이 이유로 혜원과 규원은 어머니와 함께 1987년 말 요덕 수용소에 갇히게 됐다. ⓒ세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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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류장에 갇힌 정치범들에게 일주일에 30분씩 햇볕쪼이기를 시키는데 이때 정치범들은 해골 같은 몰골로 겨우 밖으로 나온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 삭발하고 하루 100g의 콩밥에 소금국을 받아 먹고 사는 그들은 햇볕쪼이기 시간에 경비를 서는 계호원 몰래 닥치는대로 풀을 뜯어먹는다. 그러다가 들키면 흠씬 두들겨 맞고 때로는 죽기도 한다. ⓒ세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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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년 신동혁씨가 14호 개천수용소를 탈출하다 전기철조망에 감전돼 생긴 흉터 ⓒ세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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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치범 수용소 피복공장에서 일했던 신동혁씨는 재봉기 받침대를 떨어뜨려 손가락이 잘리는 처벌을 받았다. ⓒ세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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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동혁씨의 손가락 사진 ⓒ세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