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넘은 ‘모성의 가치’가 공감대 확산 최고 권위 출판사, 1년반 치밀한 준비
  • 신경숙씨의 장편소설 <엄마를 부탁해>영문판이 출간 이틀 만에 각종 베스트셀러 순위가 급상승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7일(한국 시간) <엄마를 부탁해>는 미국 최대 인터넷서점인 아마존닷컴의 베스트셀러 종합 순위가 40위 안에 들었다.

    출간 하루 만인 6일 100위권에 진입한 이 책은 본격문학(literary) 부문에서는 전자책과 하드커버가 나란히 10위대에 올랐다.

    미국 최대 서점체인인 반디앤노블의 베스트셀러 종합 순위에도 80위대에, 소설 부문 20위에 올랐다. 출판업계는 이런 추세라면 미국 베스트셀러의 척도 역할을 하는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출판업계는 이 책이 미국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현대사회에서 사라지고 있는 모성적 가치가 세대를 아우르고 국경을 넘어 어머니에 대한 보편적 정서를 자극했다는 점을 꼽고 있다. 아마존닷컴의 독자 서평에도 "한국 가정에 대한 소설이지만 장소와 이름만 바꾸면 미국 어느 가정의 이야기다"며 "감동적이다(moving)" "애끊는다(heartbreaking)"등의 감상평이 잇따르고 있다.

    책을 낸 미국 최고 권위의 문학출판사인 크노프의 힘도 컸다. 1915년 알프레드 크노프가 설립한 크노프사는 60년대 세계적 출판사인 랜덤하우스가 인수했는데 그간 토니 모리슨, 코맥 매카시, 존 업다이크, 존 치버 등 미국 최고 작가들의 작품을 펴내 왔다. 지금까지 노벨상 수상자 17명, 퓰리처상 수상자 47명이 이 출판사에서 책을 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도 이곳을 통해 미국 시장에 이름을 알렸다.

    현재 이 출판사의 홈페이지 메인을 장식하는 책이 <엄마를 부탁해>다.

    2009년 9월 <엄마를 부탁해> 영문판 판권을 사들인 크노프는 지난 1년 반 동안 치밀한 준비를 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크노프 부사장 로빈 데서가 책 편집을 담당했고, 지난해 9월께부터 샘플본을 세 차례나 만들어 미국 언론, 서점, 북클럽 회원, 작가 등에게 배포해 반응을 체크했다. 책은 출간 전부터 아마존닷컴 등 각종 사이트에서 '읽을 만한 4월의 책'으로 선정됐고, 미국 주부들에게 막대한 영향력을 지닌 오프라 윈프리가 운영하는 오프라북클럽에도 '4월의 책 18권' 중에 한 권으로 소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