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일의 무조건 항복을 이끌어낸 ‘4인의 용사들’

    - 99년 홍순경 참사관 일가족 납치 사건 때도 원칙 앞에 무릎 꿇어

    김 성 민 (자유북한방송대표) 

       북한은 15일, 지난달 초 서해상에서 어선 기관 고장으로 남하한 북한주민의 송환과 관련해 “해상을 통해 우선 27명을 보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여러분은 이상한 점을 못 느끼나.

       귀순의사를 밝힌 4명을 포함한 31명 전원 송환을 요구하던 데서 단지 태도를 바꾼 것이라는 말도 있지만, 북한서 온 내 눈에는 대한민국의 인도주의적 정신과 자유의사를 밝힌 4명에게 김정일 정권이 ‘무조건 항복’한 것으로 보인다.

       사람 심리의 가장 아픈 곳을 건드리는, 이른바 ‘가족대면’까지 연출했던 북한의 행태를 지켜보면서 귀순을 결심한 저들의 마음이 얼마나 쓰라릴까가 내내 근심되던 차에 결국 김정일 정권의 항복을 받아낸 것이다. 대한민국 정부와 귀순자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다들 알다시피 김정일 정권은 북한주민 2천3백만을 볼모로 잡고 국제사회와 남한을 위협, 공갈하고 있는 독재자이며 테러범이다. 고로, 이를 상대해야할 국제사회와 한국의 유일무이한 힘은 첫째도 둘째도 국제사회가 정해놓은 원칙과 질서이다.

       이런 일은 예전에도 있었다. 1999년 2월, 북한은 쌀 수입 대금 수천만 달러를 빼돌렸다는 당치 않은 이유로 외교원칙에 충실하려 했던 태국 주재 북한 대사관 홍순경 참사관(현 북한민주화위원회 위원장)일가를 태국에서 강제로 납치, 북송하려다 실패한 바 있다.

       이때 한국정부와 태국정부는 기자회견과 여러 가지 외교경로를 통해 “홍순경 씨 납치는 태국 주권과 국내·국제법 및 1961년 체결된 빈 협약에 위배되는 것이라면서 북한 측의 공식 사과와 함께 이 같은 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약속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북한은 처음에는 특사를 파견하여 사건을 무마시키려 했으나, 태국과 두 차례의 협상을 마친 후 “홍씨 집 불법침입과 일가족 납치가 태국관리들에 의해 저질러진 것이며, 북한 외교관들은 아무런 책임이 없다”며 자신들의 개입을 부인하는가 하면, 태국경찰의 보호를 받고 있던 홍씨 부부와 북한대사관에 강제 연행되었던 아들 홍성일(가명)의 이른바 ‘만남’을 벌려놓고 사전에 준비한 각본대로 홍성일이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장군님의 품으로 돌아가자”고 눈물로 호소하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외교관계 단절, 태국 내 북한대사관 철수 등 강경노선을 내세우며 오로지 국제적 원칙과 질서를 지킨 태국정부 앞에는 무릎을 꿇었다. 결국 북한 대사관에 인질로 붙잡고 있던 홍 씨 아들도 풀어줬다.

       이번에 대한민국으로의 귀순의사를 밝힌 4명에 대한 북한당국의 태도, 그리고 과거 홍순경 씨를 비롯한 여타의 ‘인질극’들에서 볼 수 있듯이 북한당국은 자기네 목적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야비한 짓도 서슴지 않는 악랄한 정권임이 분명해 진다. 이러한 김정일 정권을 향한 대한민국 정부의 용단과 자유를 향한 4인의 결단과 같은 일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기를 간절히 빌어본다.
     <한국 선진화포럼/ 선진화 포커스 제4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