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비아 서부지역 날루트에 머물고 있습니다. 보름치 기름과 식량으로 버티고 있지만 힘들 것 같네요."

    리비아의 반정부 시위가 내전으로 치달으면서 현지 한인들의 안전이 심각하게 우려되는 가운데 24일(현지시각) 리비아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근로자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날루트에서 고립돼 있다며 답답한 심정과 함께 불안감을 토로했다.

    지난해 8월 리비아에 입국해 날루트 부근의 건설공사 현장에서 시공설계 작업을 담당하고 있다는 최인호(29)씨는 지난 19일부터 '@ChoiPro9'라는 아이디로 트위팅하면서 자신의 처지를 전하는 한편 접경지역의 안전 여부 등 리비아 탈출에 필요한 정보들을 얻고 있다.

    최씨는 트위터의 비공개 쪽지기능을 통해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현재 자신이 체류하는 날루트 지역의 통신상태가 불량해 휴대전화로 통화할 수는 없지만 "다행히 인터넷은 살아있다"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는 날루트에서 150km가량 떨어진 한국인 건설현장에는 50명 미만의 한국인 근로자들이 일하고 있었는데 전날 현지인들이 습격해 고가의 장비와 차량 등을 강탈했다고 전해들었다면서 이들 직원 가운데 17명은 이후 현장에서 벗어나 자신과 합류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문제는 기름과 식량뿐만이 아니었다.

    최씨는 일단 날루트에 도착한 이들 근로자 17명과 함께 25일 육로를 통해 튀니지로 이동하고 나서 튀니지 대사관에 도움을 요청해 한국으로 떠날 절차를 밟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정작 리비아 국경에 당도해보니 출입국 서류가 있어야 국경을 넘을 수 있었고, 자신을 포함해 서류가 없는 일부 사람들은 국경 초소에서 내보내 주지 않아 현장으로 복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날루트 지역이 외곽이어서 아직은 피해가 없지만, 인근 마을에 사는 현지인들이 언제 어떻게 돌변할지 몰라 매우 불안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가 마련한) 전세기의 목적지는 이집트이기 때문에 사실상 전세기에 탑승할 수 있는 사람들은 동부지역 사람들"이라며 자신처럼 서부지역에 머무는 사람들은 육로를 통해 튀니지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최씨가 머물고 있는 날루트는 리비아 서부 유전지대에 속한 지역으로, 최근 이곳과 아즈진탄 지역의 부족들이 반(反)카다피로 돌아선 상태며 이들 부족이 현지 석유 관련 시설들을 통제하고 있다고 23일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