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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이집트를 위한 씨앗을 뿌렸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제 거름을 주고 잘 키워야 한다."
한때 '포스트 무바라크'를 이끌 이집트의 중심인물로 부상했던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23일 파이낸셜 타임스(FT) 기고문에서 ▲임시헌법 제정 ▲3인의 대통령위원회구성 ▲과도정부 구성 ▲구체제의 완전한 청산 등을 '제2의 이집트' 건설을 위한 4대 과제로 제시했다.
그는 '이집트 혁명의 다음 단계에 대한 비전'이란 제목의 글에서 우선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애매하고 배타적인 방식으로 사태를 주도해온 군의 행태에 우려를 표시한 뒤 민주주의를 향하는 길은 포용적이어야 하고 그 목표도 이집트의 완전한 변화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 치하에서 '실패한 국가'로 전락한 이집트가 진정한 민주주의로 나아가는 작업은 결코 간단치 않을 것인 만큼 지금까지의 성취를 잊고 원점에서 새 출발 한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4대 과제와 관련, 그는 이집트가 '분노의 시대'에서 '재건의 시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대통령에게 절대권력을 부여하고 입법부와 사법부를 들러리로 만든 현행 헌법 대신 평등권과 기본권을 보장하고 과도정부의 분명한 목표와 역할을 규정하는 임시헌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임시헌법은 그러나 새로운 민주헌법이 제정되고 정통성을 갖춘 의회에서 채택될 때까지만 한시적으로 운용된다는 조항을 반드시 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과도기를 이끌 3인의 대통령위원회를 전 정권과 무관한 민간인 2명과 군 출신 1명으로 구성하자고 제안하고, 위원회가 꾸려지면 이집트가 제대로 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믿음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군은 과도기에 치안만 책임질 뿐 결코 전면에 나서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엘라바데이는 이어 대국민 서비스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아무 흠결이 없고 국민에게 존경받는 명망가들로 과도정부를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도정부는 문민사회의 근간이 될 정부기관을 조직해야 하며, 무엇보다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관리를 위한 장치들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새 정당들이 선거를 제대로 준비하려면 과도정부의 임기가 현재 제시되고 있는 6개월이 아니라 최소 1년은 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렇지 못하면 기존 정당과 단체에 혜택이 집중될 것이며 이 경우 침묵하는 다수는 과거와 마찬가지로 정치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무바라크 잔재의 완전한 청산을 요구했다. 30년간 국민의 숨통을 조였던 비상조치법을 즉각 폐지하고 정당 설립이나 언론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피선거권을 금지하는 각종 칙령을 없애고 정치범들을 모두 석방해야 진정한 민주주의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 같은 비전이 자신만의 것이라기보다는 1년 이상 교류해온 젊은이들을 비롯한 대다수 이집트인과 공유하는 것이라며 "'제2의 공화국'이란 비전은 현대적이고 온건한 이집트"라고 거듭 역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