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 부르는 시간 배달제...꽃다운 젊음 잇달아 참변시간 초과하면 배달원만 감점-불이익이 ‘사고’ 불러
  • “쾅!”
    뭔가 강하게 부딪쳐왔다. 허공으로 붕 뜨는 느낌.
    검은 하늘이 두 눈 가득 다가왔다.
    그리고 그것은 열아홉 인생에서 마지막으로 본 이 세상 모습이었다.
    피자를 배달하던 김 모(19)군이 지난 13일 오후 6시 30분께 오토바이로 피자 배달을 하다 시내버스에 치어 숨졌다.
    김 군은 올 봄 대학 입학을 앞두고 있었다.
    김 군의 사망을 두고 무리한 버스배차 문제와 함께 “배달 속도 경쟁”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김 군에 앞서 지난해 12월 12일일엔 역시 피자를 배달하기 위해 오토바이를 몰고 가던 최 모씨(24)가 서울 독산동에서 택시와 충돌하는 사고를 당했다. 뇌를 크게 다친 최 씨는 긴급 수술을 받았지만 9일 만에 짧은 생을 마감했다.
    최 씨가 사고가 당한 날은 그의 아르바이트 마지막 날이었다. 대학교에 재학 중이던 최 씨는 취업이 확정되어 한 달 뒤 첫 출근을 앞두고 있었다. 

  • ▲ 피자를 배달하던 김 모(19)군이 지난 13일 오후 6시 30분께 오토바이로 피자 배달을 하다 시내버스에 치어 숨졌다.ⓒTV뉴스 캡처
    ▲ 피자를 배달하던 김 모(19)군이 지난 13일 오후 6시 30분께 오토바이로 피자 배달을 하다 시내버스에 치어 숨졌다.ⓒTV뉴스 캡처

    두 젊은이의 꽃다운 삶을 앗아간 것은 이른바 ‘피자 30분 배달제’라는 속도경쟁이다.
    국내의 대부분의 대형 피자 체인은 이 ‘30분 배달제’를 운영하고 있다.
    D피자의 경우 '3082, 30분 내에 빨리'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주문과 동시에 30분 안에 피자를 배달하지 못하면 불이익은 피자 배달원들에게 돌아온다.
    H피자의 경우 매장 배달 서비스 기준에 서비스 속도를 평가하는 항목이 있다.
    30분 이내 배달을 못한 경우에는 100점 만점에서 20점을 감점한다. 고객 주문 시 30분을 초과해 시간 이내에 배달되지 못한 경우에도 10점이 감점되고, 이후 1분 초과 때마다 추가로 1점씩 감점이 된다. 반대로 20분 이내 배달을 약속하고 25분 이내로 시간이 단축될 경우10점의 추가 점수가 부여된다.

    ‘위험한 질주’를 부르는 이 같은 제도는 미국 도미노피자의 경우 자국 내에서 배달원의 사망사건이 일어나자 1995년에 폐지했다. 지구상에서 이 제도를 운영하는 나라는 한국뿐이라는 지적도 있다.

    파자체인 점주에 따르면 주문에서부터 피자를 굽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12~15분. 30분내에 배달을 하려면 배달 거리가 15~18분 거리 이내여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피자체인 관계자는 가맹점 허가를 12분 내에 배달이 가능한 구역만 받을 수 있고 주문량이 폭주할 때에는 미리 배달 시간이 늦어질 수 있다는 것을 고객에게 알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실과 다른 경우가 많다”는 것이 피자 배달 경험자들의 말이다.
    이들은 “피자 배달이 늦어서 제 자격을 못 받을 경우 그 금전적 부담은 고스란히 배달원에게 돌아온다”고 말했다.
    한 전 배달원은 “피자 배달 시급이 4500원 정도인데 정시에 배달을 하는 경우 시급 외에 300원 정도가 보너스로 얹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결국 자신의 땀의 대가 4500원을 지키고 300원을 더 받기 위해 죽음의 질주를 하는 것”이라고 씁쓸하게 말했다.

    시민들은 “무리한 배달 속도경쟁이 아르바이트생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며 “30분 배달제나 유사한 제도를 당장 없애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