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폭운전에 따른 사고 급증, 원인은 무리한 배차간격“인건비, 증차비용 비싸” 업체들은 외면, 시민 안전 위협
  • 지난 13일 오후 6시30분께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사거리에서 피자 배달 아르바이트생 김모(18)군이 몰던 오토바이가 신호를 위반하고 직진하던 버스에 부딪혀 그 자리에서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일어났다.

    경찰조사결과 이날 사고는 배달 시간에 쫓기던 김 군이 좌회전 신호가 바뀌자마자 출발을 한 것도 원인이었지만, 이를 무시하고 더 속도를 낸 버스의 책임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버스의 난폭한 운전에 따른 아찔한 순간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8일에도 경기도 고양시 장항동의 한 사거리에서 버스가 갑자기 돌진해 다른 차량과 부딪칠 뻔한 아찔한 순간이 연출되는 등 교통신호를 위반하거나 과속을 일삼는 버스는 쉽게 찾을 수 있다.

  • ▲ 지난 13일 영등포구에서 벌어진 버스와 피자 배달 오토바이와의 사고 모습 ⓒ YTN 보도 화면 캡쳐
    ▲ 지난 13일 영등포구에서 벌어진 버스와 피자 배달 오토바이와의 사고 모습 ⓒ YTN 보도 화면 캡쳐

    실제로 지난해 버스 사고로 인한 인명피해는 3만3000여 명으로 전년도에 비해 9%나 늘었다.

    원인은 상상할 수도 없는 빡빡한 배차간격 때문이다. 버스가 자주 다녀야 매출이 오르고 그만큼 인력은 줄여야 돈을 버는 버스회사들이 무분별한 압박 운행을 강행하고 있는 것.

    일례로 경기도 안양과 평택을 잇는 1번 국도를 운행하는 300번 버스는 이용승객이 많은 것으로도 유명하지만, 사고가 잦기로 더 악명이 높다.

    편도 약 40km를 운행하는 동안 300번 버스가 지나쳐야 하는 정류장은 모두 67개. 하지만 300번 버스를 운행하는 기사들은 이 거리를 1시간만에 주파해야 한다. 고속도로도 아닌 80여개의 신호등과 교차로를 지나야 하는 경로를 제 시간에 맞춘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정류장에 정차하지 않는 승용차도 따라가기 힘든 시간이다.

    하지만 이 노선을 운행하는 기사들은 “그래도 해야 한다”며 매일 운전대를 잡는다. 300번 버스를 운영하는 버스업체가 정한 배차간격은 ‘6분’ 운행 가능한 버스는 한계가 있는데(170대) 운행 횟수는 늘리다보니 자연스럽게 주행 속도는 빨라진다. 규정 속도를 어기는 것은 물론, 신호위반도 부지기수다.

    그래도 운행시간을 맞추지 못하면 당연히 쉬어야 하는 기사들의 ‘휴식 시간’을 쪼개 다시 운행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 ▲ 지난 7일 오후 11시20분께 300번 버스가 옆 차량과 충돌한 뒤 인근 개울로 추락했다. 경찰은 해당 버스의 과속 여부를 조사 중이다. / 경기소방본부 제공
    ▲ 지난 7일 오후 11시20분께 300번 버스가 옆 차량과 충돌한 뒤 인근 개울로 추락했다. 경찰은 해당 버스의 과속 여부를 조사 중이다. / 경기소방본부 제공

    실제로 300번 버스는 지난 7일 해당 버스가 개울에 추락해 승객 19명이 다치는 사고가 일어났다. 느리게 가던 앞선 차량을 피해 차선을 급변경하던 버스가 옆 차선 차량에 부딪혀 일어난 사고다.

    또 앞서 지난해에는 수원시 비상활주로 인근에서 40대 여성을 치어 숨지게 한 사고도 일으켰다.

    300번 버스를 3년째 운행하고 있다는 버스기사 A(49)씨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배차시간을 맞추려다 보니 운전기사들도 목숨을 내놓고 일하고 있다”며 “당연히 사고도 빈발해 지자체에 노선의 첫차 출발시간 조정 등을 건의했지만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 관계자는 “무리한 배차시간에 운전자들이 목숨을 건 레이스를 계속하고 있다. 이는 운전기사 본인 뿐 아니라 시민 안전을 위협하는 중대한 문제”라며 “하지만 버스 업체 입장에서도 배차시간을 변경할 경우 1대에 억대에 달하는 버스를 증차해야 하는 애로점이 있어 쉽게 해결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