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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사흘간 예정됐던 한나라당의 개헌 관련 의원총회가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하면서 지난 9일 단 이틀 만에 마무리 됐으나 이후, 논의기구를 둘러싼 지도부 간의 갈등은 수면위로 떠오르고 말았다. 안상수 대표와 김무성 원내대표 간의 찰떡궁합이 다른 최고위원들을 소외시켰다는 지적이다.
한나라당 홍준표 최고위원은 10일 안상수 대표와 김무성 원내대표가 당 운영에서 최고위원들을 소외시키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홍 최고위원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안 대표가 “개헌 논의기구를 최고위 산하에 두는 방안을 김 원내대표와 의논했다”고 말하자 “자기들끼리 속닥속닥해놓고 최고위원에게 협조해달라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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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안 대표와 김 원내대표가 의논했다고 하니 최고위 산하에 두지 말고 정책위 산하에 두라”면서 “최고위 의결 사항으로 하지 말고 두 분이 결정하시라”고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그는 “최근 당이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화가 많이 난다”면서 “다른 최고위원들은 허수아비냐. 최고위원인데 아무 역할이 없다”고 꼬집었다.
사실상 최고위원회의가 안상수 대표와 김무성 원내대표 두 대표 간의 ‘의견교류’로 돌아가는데 대해 제동을 건 셈이다.
홍 최고위원이 최고위에서 이 같이 불만을 표출해 낸 것은 비단 ‘개헌’ 때문만은 아니다. 지난달 23일 이명박 대통령과 안상수 대표 등 당 지도부 간의 삼청동 안가 회동이 촉매제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홍 최고위원은 “(안가 회동을)왜 최고위원들에게 (미리) 말도 안하고 보도를 보고 알게 하느냐”며 그동안에 쌓인 불만을 쏟아냈다.
홍 최고위원의 이 같은 호통이 15분가량 진행되자 난감해진 김 원내대표는 개헌특별기구와 관련해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고 안 대표도 “여러 방안을 만들어 월요일에 다시 논의하자”면서 진화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당 관계자는 “터질 것이 터졌다고 보면 된다”면서 “개헌 의총도 안가회동에 참석한 안 대표와 김 원내대표가 밀어붙여서 진행됐던 것 아니냐. 이날 발언은 홍 최고위원이 주도했지만 당론에서 배제된 다른 최고위원들도 같은 심정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