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나흘째 계속된 28일 이집트에서는 무바라크(국외 탈출설)이 퍼지는 등 혼란이 가중됐다.

    당국은 휴일 기도를 마친 시민들이 대규모 시위대로 돌변할까봐 수도 카이로를 비롯한 주요 도시의 대규모 이슬람 사원을 폐쇄하는 등 경계를 강화했으나 민주화 열기를 잠재우지는 못했다.

    경찰은 일찌감치 카이로 도심으로 통하는 간선도로를 봉쇄했지만 적잖은 시민이 30분 이상 도보로 이동해 시위대에 합류했고, 마주치는 사람에게 "시위대에 합류해야 하는데 보지 못했느냐"고 묻는 사람도 많았다.

    특히 그동안 도심 일부 지역에서 발생했던 시위가 이날은 도심 외곽의 외국인 주택단지 부근 등 곳곳으로 확산했고, 심지어 고속도로 상에서 타이어에 불을 붙인 채 투석전을 벌이는 장면도 목격됐다.

    경찰도 게릴라식 시위에 당황하는 모습을 보인 가운데 이날 시위대 사이에서는 "TV에서 무바라크의 모습을 볼 수 없다"며 "그가 이미 사우디 아라비아나 영국, 프랑스로 탈출했다는 소문이 있다"는 등의 국외 탈출설도 퍼졌다.

    하지만 이집트의 무바라크 철권통치 체제는 튀니지 독재체제와 달리 견고해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며, 체제유지에 핵심인 군과 중산층 등의 이반이 아직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에서 무바라크 국외 탈출설은 현재로선 성급한 추측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많다.

    그동안 정부의 통제 속에 침묵했던 신문들도 전날 카이로, 수에즈 등지에서 발생한 시위 소식과 함께 7명의 희생자 사진을 실어 반정부 시위를 고무했다.

    시위에 참가한 한 남성은 "우리는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승리할 것이다. 오늘 이집트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이집트 당국이 시위 발생 후 첫 휴일인 28일을 이번 사태의 최대 분수령으로 판단해 시위대의 결집을 막고자 이른 아침부터 인터넷과 휴대전화 서비스를 차단했다.

    그러나 아랍권 최대 뉴스채널인 알자지라 TV가 시시각각 상황을 전하면서 시위대를 결집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