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퇴치 위해 20억달러 기금 조성키로"서구 등 외부간섭 배격..아랍의 르네상스 이끌어야"
  • 아랍 정상들이 튀니지 혁명 이후 처음으로 모인 자리에서 아랍권 내 빈곤 퇴치를 다짐했다.

    아므르 무사 아랍연맹 사무총장은 19일 이집트 샤름 엘-셰이크에서 열린 아랍 정상회의에 참석, 기조연설을 통해 "빈곤과 실업, 전반적인 경기 후퇴로 인해 아랍의 영혼이 상처받고 있다"고 말했다.

    무사 총장은 "튀니지 혁명은 이번 회의 주제와 동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아랍 시민들은 유례없는 분노와 좌절감에 빠져 있고 우리는 그들을 좌절감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 아랍의 르네상스를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랍권 20여개국 대표가 참석한 이날 정상회의는 애초 회원국 간 무역과 투자 증진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지만, 정상들은 튀니지 혁명에 대한 소회를 밝히며 빈곤 퇴치를 위한 아랍권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는데 뜻을 모았다.

    이들은 특히 정상회담 후 채택한 성명에서 "지역의 (경제)개발 과제가 정치적 과제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회의는 최근 경기침체로 요르단과 이집트, 수단, 오만, 리비아, 예멘 등지에서 시위가 끊이지 않는데다 일각에서는 튀니지와 연대론까지 나오는 시점에서 열렸다.

    셰이크 사바 쿠웨이트 통치자는 "쿠웨이트는 튀니지 형제들의 선택을 존중한다"며 "튀니지가 난국을 극복하고 평화와 안정을 되찾을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29년째 집권하고 있는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은 튀니지 혁명에 대한 언급은 없었지만 경제 개발이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시기가 왔다며 아랍 국가 간 경제협력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날 회의를 주재한 무바라크 대통령은 이어 "우리의 가장 소중한 자원"인 아랍 젊은이를 위한 투자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실업 문제가 최우선 과제"라고 덧붙였다.

    아흐메드 아불 가이트 이집트 외무장관은 정상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튀니지와 다른 국가를 비교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우리는 언제나 스스로를 비판하고 실패를 말하지만 성공과 진보도 이룩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남부 수단의 분리독립 투표가 치러진 가운데 대내외 비난을 받고 있는 오마르 알-바시르 수단 대통령은 별도 연설에서 튀니지 시민혁명에 경의를 표하면서 튀니지인들이 정부와 협력해 안정을 되찾을 것을 강조했다.

    아랍 정상들은 이날 회의에서 아랍권 내 실업률 해소, 물가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20억달러 규모의 기금을 조성키로 의견을 모았다.

    사우디 아라비아와 쿠웨이트가 각각 5억달러를 부담하고 나머지는 다른 회원국들이 갹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셰이크 사바 쿠웨이트 통치자는 이 기금은 아랍권이 "사상 유례없는 위기"를 겪는 가운데 "아랍 젊은이들을 위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랍 지도자들은 그러나 이날 성명에서 "소수민족 보호를 포함해 어떤 경우라도 외부 국가와 세력, 특히 서구의 간섭을 일절 거부한다"며 이는 아랍연맹 회원국의 내정에 간섭하려는 이들에 대한 "아랍 세계의 경고 메시지"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들은 또한 지난해 10월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발생한 가톨릭 교회 인질극과 최근 이집트 콥트 기독교회 테러를 포함한 테러 공격을 비난했다.

    한편, 카멜 모르자네 튀니지 외무장관은 튀니지를 대표해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이집트를 방문했다가 이날 오전 회의 시작 전 급히 튀니지로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회의 불참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