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2008년 이후 사교육 시장에 러시 중그들만의 돈 잔치… 수업료 상승과 영세 학원 줄도산으로 확대
  • 노량진 학원가 한 스타 강사가 최근 몸담고 있던 회사를 옮겼다. 삽자루 선생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이 강사의 이적료는 무려 150억원. 박찬호 선수가 소위 잘 나갈 때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받은 연봉과 엇비슷하다.

    삽자루 선생과 함께 학원을 옮긴 인기강사 9명도 만만치 않은 조건으로 경쟁회사로 자리를 옮겼다. 계약금 300억원과 학원 지분 30%(평가액 400억원)를 더하면 700억원 상당이다. 여기에 스타강사 몰리면서 학원 인지도가 올라감에 따라 예상되는 주식 가격 상승치를 따지면 1000억원은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인다.

    40대 학원 강사 10명의 몸값이라고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다. 하지만 이제는 아는 사람은 다 아는 ‘흔한’ 얘기가 됐다.

    서울 은평구 연신내 한 학원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32살 A 강사는 월급제다. 한 달에 300만 원 정도를 받는다. 부업으로 하는 과외에서 얻는 수입을 포함하면 매달 500만 원 정도는 번다. 평범한 직장인이 보기에는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늘 지금의 생활이 불만이다. A 강사는 “한번만 뜨면 된다. 대형 학원에 스카웃만 되면 억대 연봉은 우습다. 몇 년 스타강사로 생활하다 내 학원을 차리는 게 꿈이다”고 했다.

  • ▲ 학원가가 변하고 있다. 사교육 시장이 급속도로 팽창하면서 일반인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돈 잔치가 벌어지고 있다.ⓒ뉴데일리
    ▲ 학원가가 변하고 있다. 사교육 시장이 급속도로 팽창하면서 일반인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돈 잔치가 벌어지고 있다.ⓒ뉴데일리

    사교육 시장이 급속도로 팽창하면서 일반인들은 상상할 수 없는 그들만의 돈 잔치가 벌어지고 있다. 강남 대치동 서초동 등 소위 ‘학원 일번가’ 스타 강사들의 연봉은 수십억원에 육박하기 시작했으며 이마저도 구하지 못해 학원들은 안달이다. 점잔을 빼던 대학교수들도 학원가에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어마어마한 연봉에 눈이 돌아갈 지경이다.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대기업들이 학원을 인수하거나 인기 강사를 영입하는 등 사교육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함에 따라 벌어진 현상이다.

    대상그룹은 2009년 자회사인 '더 체인지'를 통해 전국 9개 대형 학원법의 지분을 51% 인수했다. 360억원으로 알려진 투자금액으로 전국 55개 초·중·고 학원과 특목고 전문학원의 주인이 됐다.

    대상그룹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초·중 온라인 교육 사이트 '크레듀엠'과 중등부 온라인 강의 사이트 '에듀포스', 고등부 온라인 강의 사이트 '마이티클래스' 등 온라인 교육 사이트도 인수하며 교육 사업 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올해 말까지 200억원을 더 투입해 전국 학원가 밀집지역에서 20여개의 학원을 추가로 인수할 것이라는 설도 떠돈다.

    웅진그룹도 최근 경기 남양주시와 서울 은평구 등에 초등 고학년 대상의 수학전문 학습관 17개 직영점을 열었다. '웅진씽크빅'은 지난해 10월 '왕수학 교실'로 유명한 교육기업 에듀왕을 170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뒤늦게 교육 사업을 시작한 KT는 ‘KT에듀아이’를 설립해 자기주도학습 전형에 필요한 학업계획서와 포트폴리오 작성 등 컨설팅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처럼 막대한 자본이 학원가로 흘러들어오면서 학원가에 지각 변동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대학생이나 교사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수험생들이 단기간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학원은 옛말이 됐다. 이제는 찾아보기도 힘들다.

    문제는 사교육 시장에 대기업 논리가 접목되면서 강사 수입과 비례해 치솟은 수업료와 대기업 틈바구니에 낀 영세 학원들의 줄도산 현상이다.

    대치동 한 입시 전문학원이 올해 대입 재수생들을 위해 편성한 특별반의 한 달 수업료는 150만 원 선. 몇 달 전 수능을 마친 학생들을 위한 논술 특별반은 300만원을 받았다. 그래도 들어가지 못해 대기표까지 발행했다고 한다.

    반면 앞서 언급한 은평구 연신내 학원의 종합반 수업료는 25만원. 인근 경쟁학원과 비교해도 한참 싼 가격이지만 전체 수강생은 50명을 채 넘지 못한다. 학원장은 이런 상태라면 “곧 파산할 것”이라고 울상을 지었다.

    이에 대해 한국학원총연합회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막대한 자금력으로 인기 강사 영입과 학원 인수합병에만 몰두하고 있다"며 "결국 학원들이 투자한 막대한 비용부담은 학부모들이 짊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