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수 “회의에 앞서 최고위원들에게 의견 물었다”
  • ▲ 사퇴압박을 받고 있는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가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정부법무공단으로 출근한 뒤 거취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한 뒤 사무실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사퇴압박을 받고 있는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가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정부법무공단으로 출근한 뒤 거취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한 뒤 사무실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나라당 지도부가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에게 ‘자진 사퇴’를 요구하기에 앞서, 안상수 대표는 이미 사전에 최고위원들의 의견 수렴을 거쳐 不適格 判定(부적격 판정)을 내렸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는 10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여론을 통해 국민의 뜻을 알아본 결과, 정 후보자가 감사원장으로 적격성이 있다고 보기 힘들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특히, 안 대표는 이 자리서 “정 후보자 문제와 관련해 최고위원 전원과 심도 깊은 논의를 한 결과, 정 후보자가 스스로 거취를 정하는 것이 국민의 뜻을 따르는 것이고 정부와 대통령을 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한나라당 안형환 대변인은 “이번 결정은 안상수 대표가 오늘 열린 비공개회의에서 건의하게 돼 갑작스럽게 이뤄졌다”며 “최고위원간에도 사전 조율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 대표는 최근 정 후보자에 대한 여론의 비난이 거세지자 최고위원들에게 미리 견해를 물어본 것으로 파악됐다.

    한 최고위원의 측근 인사는 “10일 최고의원회의가 열리기에 앞서 안상수 대표가 최고위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정동기 후보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며 “이미 사전 논의를 통해 사퇴 결정은 이뤄졌으며, 당일 최종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실은 당일 회의가 열리기 10분 전 최고위원들이 모여 티타임을 가진 자리에서도 알아볼 수 있다. 원희룡 사무총장이 홍준표 최고위원에게 “정 후보자의 거취에 대한 이야기를 오늘 공개회의에서 할 거냐”라고 묻자 “그럴 수도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러자 안 대표가 홍 최고위원을 따로 불러 “발언을 너무 세게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으며 회의에서 홍 최고위원은 “당 스스로가 자기 성찰을 하고 정부가 잘못됐을 때는 과감히 바로잡아야 한다”고 에둘러 말했다.

    이어 회의가 시작되자 서병수 최고위원이 정 후보자 문제에 대해 “당 안팎에서 치열한 논의 있어야 할 것”이라며 정면으로 비판하기 시작했고 잠시후 회의는 비공개로 전환됐다.

    그리고 한 시간 뒤 비공개회의가 끝난 후 안형환 대변인은 ‘부적격 자진 사퇴’와 관련된 통보를 전했다.

    한편,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청와대 관계자들은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에게 완전히 뒤통수를 얻어맞았다”며 격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