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총선·대선 앞두고 바닥 다지기
  •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가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공식 촉구한 것과 관련, 민심을 거론하고 나서 앞으로 청와대와의 관계 변화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안 대표는 11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지난 3년간 우리 당은 정부의 정책에 잘 협조해왔고 앞으로도 적극적인 협조를 해나갈 것”이라며 “아울러 이명박 정부의 성공과 정권 재창출을 위해 더욱 노력해갈 것이다”라고 전제했다.

    하지만 전날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 판정을 내린 안 대표는 청와대의 격분을 의식하기라도 하듯 곧바로 ‘민심’이란 카드를 꺼내들었다.

    안 대표는 “민심을 수렴해야 하는 당의 입장에서, 국민여론이 국정에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보온병, 자연산 발언 등 연이은 설화(舌禍)로 코너에 몰린 안 대표가 오는 4월 재보선과 2012년 총선·대선을 앞두고 바닥 다지기에 돌입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안 대표가 이날 기자회견에서 민생경제 활성화와 서민생활 안정 등 친(親)서민 정책 및 현안 해결 방안을 언급하면서 이러한 해석이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이 자리서 안 대표는 ‘서민과 중산층이 더불어 행복한 나라’를 강조하며 물가안정, 질병 예방 및 원론적 대안 모색, 복지 혜택 확대, 정치선진화를 주 내용으로 하는 연설을 펼쳤다.  

    그는 “경제성장의 그늘에서 한숨짓는 서민과 중산층을 보듬고 서민경제 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에 더욱 매진하겠다”며 “정부가 적극 나서서 물가를 반드시 잡을 수 있도록 한나라당이 정부 대책에 서민의 어려움을 반영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국민들이 믿고 안심할 수 있는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며 “구제역과 같은 가축전염병 뿐만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위해가 되는 신종 질병에 대한 상시적이고 예방적인 종합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안 대표는 무상급식·무상의료를 주장하고 있는 민주당을 겨냥해 “복지에 삐뚤어진 정치적 계산이 개입됐을 때 국가가 어떻게 추락할 수 있는지는 남미를 비롯한 여러 국가들의 사례가 잘 보여준다”며 “그럼에도 야당이 무차별적이고 무책임한 복지를 주장하는 것은 표를 얻기 위한 전략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정치선진화와 관련해서는 “정치선진화, 국회에 대한 국민신뢰회복을 위해 빠른 시일 내에 개헌특위를 구성해야 한다”며 “지금은 권력구조뿐 아니라 기본권, 삼권분립 등 시대적 요청에 따른 모든 문제를 논의하는 대화의 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안 대표는 “국회와 정치권의 신뢰가 땅에 떨어진 현실이 개탄스럽다”며 “국회 선진화를 위해 한나라당부터 변화하고 쇄신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안 대표는 기자 회견이 끝난 뒤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 인선과 관련해 청와대 인사 라인에 대한 문책이 필요하냐는 질문에서 “문책할 필요가 없다”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