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을 뛰어다녀도 지지율은 한 자릿수
  •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10일로 취임 100일을 맞았다. 손 대표는 지난해 10월 4일 취임 후 처음으로 가진 최고위원회의에서 혁신을 화두로 던졌다. 당시 그는 “국민 속으로 들어가 국민의 눈으로 보고, 국민의 힘으로 정권교체를 이룰 것”이라며 “이를 위해 기득권에 안주 안 하고 우리 자신을 혁신하는 자세를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100일이 지난 지금, 그에 대한 평가는 가혹하기만 하다. 그렇다면 과연 취임 후 100일이 지난 지금까지 손 대표가 거둔 성과가 어땠기에 수많은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는지 살펴봤다. <편집자 주>

    ◇ 장외투쟁이 ‘우선’, 현안 처리는 ‘뒷전’

    “손학규 대표가 취임하면서 국민들은 달라진 민주당의 모습을 기대했었다. 특유의 합리성으로 손 대표 자신이 취임 일성에 밝혔던 것처럼 ‘수권정당에 걸 맞는 대안과 비전’을 보여주기를 바랐다. 그러나 백일이 지났지만 민주당에 큰 변화가 없는 것 같아 정말 안타깝다.”

    한나라당 안형환 대변인의 지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평가는 결코 안 대변인의 입에서만 터져 나오는 것이 아니다. “이제 그만 밖으로 돌고 서둘러 문제 해결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하는 목소리는 전국 곳곳에서 들을 수가 있다.

    이는 구제역, 조류독감(AI)을 비롯해 여야가 힘을 합쳐 해결해야 할 현안이 즐비한 오늘까지, 민주당이 연일 장외투쟁에 몰두하며 합의를 뒷전으로 미뤄온 탓이다.

    지난 1차 장외투쟁 이후 연초부터 민주당 내에서는 대여 투쟁방식에 대한 내부 갈등이 일기도 했다. 1차 장외투쟁의 성과에 대한 비주류 측 의원들은 “아무 것도 얻지 못한 채 빈 손으로 국회에 복귀했다”며 쓴소리를 내뱉었다.

  • 새해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당내 강경파인 박주선 최고위원은 손학규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의 원내외 병행투쟁 기조에 대해 “국민이 민주당을 ‘양치기 정당’으로 평가할까 두렵다”며 “전략적으로 언행이 일치하는 대여 전략이 필요하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비공개 회의에서는 “민생투쟁 방식으로 4대강을 막을 수 있느냐”(천정배), “아무 것도 얻지 못한 채 국회로 돌아갈 수는 없다”(이인영) 등의 지적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 대표로서 당내 구심점으로 안착했는지도 의문이다. 손 대표는 지난 1차 장외투쟁을 이끌며 강한 야당 지도자의 면모를 부각시켰지만 여전히 극심한 계파 갈등은 이어지고 있다.

    대선 경쟁자인 정동영 최고위원은 최근 손 대표가 주장한 ‘보편적 복지’를 겨냥해 “재원대책 없는 복지는 허구”라며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대선 패배 이후 당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온 정세균 전 대표의 경우, “이제는 정세균 개인의 정치도 좀 더 내실 있게 준비할 때”라며 대선출마 가능성을 시사해 언제 칼날을 드리울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손 대표가 내놓은 무상의료 정책 또한 ‘재원 문제로 인해 실현 불가능하다’는 여론의 비판이 연일 제기되고 있어 난항을 겪고 있다.

    ◇ ‘여론조사가 말하고 있다’ 한 자릿수 지지율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최근 “2012년 정권교체로 새로운 사회를 열어갈 것”이라고 강조하며 사실상 대권 출마 의사를 피력했다.

    이러한 가운데 손 대표가 직면한 가장 시급한 과제는 한 자릿수 대에 머물고 있는 지지율을 ‘어떻게 끌어올릴 수 있을까’이다.

    지난해 10월 손 대표 취임 직후, 정치권 일각에서는 여론 조사에서 손 대표 지지율이 20%대를 돌파할 경우 야권은 물론, 여권까지 포함하는 전체 대선판도에도 일대 격랑이 일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10일 여론 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박근혜 전 대표가 지난 해 연말 싱크탱크를 출범시킨 이후 2주 연속 상승하면서 36.0%로 대선후보 지지도 1위를 유지했다. 다음으로 유시민 원장(12.2%)이 전 주보다 1.3%p 상승하면서 2위를 기록했다.

    손학규 대표의 지지율은 지난주 8.5% 대비 0.6%p 떨어진 7.9%로 여전히 한 자릿수에 그쳤다. 손 대표가 새해 들어 여권의 유력 대권주자인 박 전 대표에 대해 거론하기 시작하며 대선행보에 시동을 걸었지만, 당장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지지율을 어떻게든 끌어 올려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지지율이 20%는 돼야 당 내에서든 대권 주자로서든 입지를 확고히 할 수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지지율은 당내 입지와 국민들의 생각, 대권 후보로서의 능력과 자질, 비전 등을 나타난 것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가장 큰 과제다.

    그러나 현재까지 수권 정당에 맞는 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점, 야권의 의견을 제대로 통합하지 못하고 있는 점 등은 그의 지지율을 깎아내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 정책에 목소리만 높이고 반대할 게 아니라 대안을 제시하면서 국민들의 지지를 끌어내야 되는데 꼬투리 잡기, 흠집잡기에 혈안이 돼 있어 제대로 숲을 바라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손 대표를 보는 눈길이 곱지만은 않은 가운데 만약 손 대표가 대권에 도전할 경우, 대선 1년 전에 지도부에서 사퇴하도록 한 당규에 따라 그에게 남은 기간은 11개월 정도. 손 대표가 남은 기간 동안 수많은 과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