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악화에 내년 총선·대선 앞두고 레임덕 촉매제 될까 부담
  • 한나라당이 결국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에 칼 끝을 겨눴다. 한나라당은 10일 오전 최고위원회의를 갖고 “정동기 후보자가 적격성이 없다고 판단해 후보자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주기 바란다”고 밝혀 자진사퇴를 공식 요구했다.

    안형환 한나라당 대변인은 최고위원회의 직후 브리핑을 통해 “안상수 대표를 비롯한 최고위원 전원이 의견을 함께 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날 최고위에서는 정동기 후보자에 대한 국민 여론이 좋지 않다는 점, 최고위원들 간의 심도 깊은 논의가 진행 됐다는 점을 강조하며 사퇴 압박을 가했다.

  • ▲ 한나라당은 10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에 자진사퇴를 공식 요청했다. ⓒ 연합뉴스
    ▲ 한나라당은 10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에 자진사퇴를 공식 요청했다. ⓒ 연합뉴스

    한나라당은 정 후보자가 공직 퇴임 후 7개월 동안 7억원의 재산증식을 이룬 것에 따른 ‘전관예우’ 논란, 부인의 재테크, 민간사찰 등 문제들이 잇따르는 것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 후보자가 민정수석으로 있던 시절 총리실의 민간인 사찰이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보고됐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민간인 사찰을 소재로 한 야당의 공세가 점입가경으로 치닫는 것도 한 몫 했다.

    더욱이 지난해 말 예산안 통과로 민주당이 잔뜩 벼르고 있는데다 구제역, 조류독감 등으로 인한 여론까지 좋지 못해 정 후보자를 품고 가기에는 주변 상황도 평탄치 못했다.

    홍준표 최고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역사와 국민 앞에 당당한 한나라당이 돼야 내년 총선·대선에서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다”면서 “정부 인사가 잘못됐다든지, 정책이 잘못됐으면 이 부분을 보다 냉철하게 바꿔야 한다”고 밝히며 감사원장 인사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서병수 최고위원도 “감사원이 권력으로부터 독립돼 있어야 한다는 것은 헌법에 규정된 문제”라며 “대통령 비서출신이 감사원장에 선임되는 것이 정당한 인사인지, 헌법정신에 부합하는 것인지 당 안팎에서 치열한 논의가 있어야 된다”고 말했다.

    최고위원들 뿐만 아니라 여론에 민감한 소장그룹 의원들도 잇따라 부정적 여론을 표출해내며 한나라당의 지지철회 입장에 힘을 실었다.

    이는 한나라당이 정 후보자를 지지할 수록 여론이 악화되는데다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안길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 뒤따랐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야당에 공세의 빌미를 제공해 전국에서 민심이 악화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뒤따르고 있다. 

    다만 당 일각에서는 정 후보자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한 인사청문특위 위원은 “인사청문회를 통해 객관적인 사실 입증을 해낼 수 있었다. 너무 일방적으로 흘러간 것 같다”고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