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和에는 和, 戰에는 戰

                                              양   동   안

     

    새해 들어 북한의 대남 대화선전 공세가 더욱 강하게 전개되고 있다.
    1일에는 노동신문 등 북한의 3개 기관지 신년공동사설을 통해 “북·남 사이의 대결상태를 해소해야 하며, 대화와 협력사업을 적극 추진시켜나가야 된다”고 천명했다. 5일에는 북한의 정부·정당·단체 연합성명을 통해 “대화와 협상, 접촉에서 긴장완화와 평화, 화해와 단합, 협력 사업을 포함해 민족의 모든 문제를 협의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천명하면서 남북한 당국 사이의 회담을 무조건 조속이 개최할 것을 주장했다.
    8일에는 대남사업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의 대변인 성명을 통해 남북 당국간 회담의 개최를 공식 제안했다.  

    이러한 북한의 대화선전 공세에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현명한가?
    정부나 재야애국세력에서는 천안함 격침과 연평도 포격에 대한 북한의 사과 또는 ‘책임 있는 조치’가 있기 전에는 북한과의 대화에 응해서는 안 된다는 견해가 다수 의견인 듯이 보인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에는, 그러한 의견에 입각하여 북한의 대화선전공세에 대응하는 것은 정세에도 부합하지 않고, 한반도 평화의 절실성에도 부합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북한은 대한민국으로부터 돈과 물자를 갈취해가기 위해 지난 3년 동안 화전양면전술(和戰兩面戰術)을 구사해왔다. 한편으로는 일정한 간격을 두고 각종행태의 도발을 자행하고 그 도발의 강도를 높여가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대화를 하자고 거듭 주장해왔다. 이번 대화선전 공세도 그러한 화전양면전술의 일환이다. 대화와 협력을 구실로 대한민국으로부터 돈과 물자를 뜯어가서 북한의 군사력을 더욱 강화하고, 북한의 대남 군사도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을 약화시키며, 6자회담 재개를 통해 북한의 핵무기 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으려는 북한의 대화제의 목적도 변함이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대화제의에 대해 천안함 격침과 연평도 포격에 대한 북한의 사과를 선행조건으로 내걸고 그런 ‘선행조건이 갖추어지지 않는 한 대화는 없다’는 입장을 취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그러한 노선은 한반도 주변정세와 한반도 평화의 절실성에 비추어볼 때 부적절할 뿐만 아니라 추가로 다음 두 가지 근본적 이유 때문에도 부적절하다. 

    첫째, 남북한의 평화는 궁극적으로 남북한 간의 대화가 없이는 유도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 대한민국의 입장에서 보면, 자기들이 자행한 군사적 도발에 대해 아무런 사과도 하지 않는 북한에 대해 일절 대화를 하지 않는 것이 감정적으로도 속시원하고 당분간은 우리가 북한을 다루는데 효과적일 수도 있다. 그러나 북한이 남북대화를 실현시키기 위해 천안함 격침과 연평도 포격에 대해 사과를 먼저 할 가능성은 전무하다. 이러한 조건에서 북한의 사과 없이는 북한과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노선은 북한과 대화를 아예 하지 않겠다는 노선과 다를 것이 없다. 

    물론 우리가 먼저 북한에 대화를 제의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북한이 대화를 제의해오면, 상황이 대화에 아주 부적합하거나 대화제의가 전술적 위계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 대화제의를 외면할 필요는 없다. 대화는 전쟁을 하면서도 하는 것이며, 어떤 조건에서든지 대화는 올바로 진행하기만 하면 평화를 실현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북한에 물자나 현금을 주는 것은 북한의 사과가 없는 한 절대 행해서는 안 될 일이다. 그러나 대화는 북한의 사과가 선행되지 않더라도 할 수 있는 것이다. 

    둘째, 북한의 화전양면전술에 대한 우리의 올바른 대응은 화전양면대응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북한과의 평화를 원하지 않는다면, 북이 和로 나오건 戰으로 나오건 우리는 무조건 戰으로 대응하면 된다. 그러나 우리가 북한과의 평화를 원한다면 북의 和에는 和로 대응하고 북의 戰에는 戰으로 맞서야 한다. 그것도 저들이 평화적 조치로 나오면 우리는 그들보다 한층 더 훈훈한 평화적 조치로 대응하고, 저들이 전쟁적 조치로 나오면 우리는 그들보다 한층 더 매서운 전쟁적 조치로 대응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북한이 평화의 이로움과 전쟁의 해로움을 제대로 깨달을 것이기 때문이다. 

    현시점에서 우리가 취할 화전양면대응은 한편으로는 북의 추가도발에 대해 종전과는 다른 매서운 응징을 가할 태세와 능력을 강화하면서, 다른 한 편으로는 북한의 대화제의에 진실한 태도로 응하는 것이다. 대화를 통해서 천안함 격침과 연평도 포격에 대한 북한의 사과도 받아낼 수 있고, 북한의 비핵화를 유도할 수도 있다. 북한과 대화를 해도 남북한 간의 현안문제들에 대해 아무런 진전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그 때가서 대화를 중단해도 된다.  

    이상과 같은 이유들로 인해 우리가 북한의 대화제의에 응하는 것이 타당하지만, 북한과의 대화를 재개함에 있어서는 종전과 같이 무원칙하게 행동해서는 안 된다. 남북 대화는 당국자 간 대화부터 먼저 진행하고, 당국자 간 대화를 준비하는 예비회담 단계에서 향후의 남북 당국자 간 본 회담이 남북 간의 평화와 협력에 기여할 수 있는 진정한 대화가 될 수 있도록 대화진행에 있어서 상호존중, 진실담화, 약속이행 등 대화 3원칙을 준수할 것에 대한 남북의 합의를 확보해야 한다.  

    그러한 대화 3원칙에 입각하여 대화가 진행된다면 남북대화는 한반도 평화에 기여할 것이 분명하나, 그러한 3원칙이 준수되지 않는 상태에서 남북대화를 진행하는 것은 북한의 대화제의 목적 달성을 지원해주는 것 이외의 결실을 거둘 수 없다. 북한이 그런 원칙의 준수에 합의하지 않는다거나, 합의해놓고도 그 원칙을 준수하지 않으면 우리는 대화를 중단하고 북한이 그 원칙을 준수하는 태도변화가 있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이렇게 하면 우리 대한민국은 북한의 군사도발에 대한 분노의 감정을 억제하고 평화라는 대의를 위해 대화에 응했다는 도덕적 우월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북한의 잘못된 대화제의 목적 달성을 저지할 수 있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