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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말 화폐개혁 직후에 함경북도 무산시장에서 상인들의 집단행동이 있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지난해 12월 27일 함경북도 무산에서 탈북하여 중국에 체류하고 있는 탈북자 강모씨는 열린북한방송에 “2009년 11월 30 화폐개혁 직후 일주일도 채 안되어 함경북도 무산군 무산시장에서 장사꾼들이 시장세 납부를 거부하는 집단행동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한 두 차례 김정일 정권을 비난하는 전단지 사건은 있었지만 북한에서 이렇게 주민 집단행동에 대한 구체적 증언은 처음이다.
당시 시장에서 그 광경을 목격한 탈북자 강모씨는 시장에서 장사하고 있던 40대의 남자 최모씨가 당시 시장세 납부 거부를 주도했다고 전했다. -
- ▲ 북한 무산.ⓒ자료사진
최모씨는 자신과 친한 상인 몇 명에게 “안간힘을 써서 나라의 경제를 일으켜 세워 놓았더니 김정일의 총알받이 밖에 된 게 없다”며 “우리가 앉아서 당할 수만은 없지 않느냐”며 시장세 거부를 부추겼다고 한다. 그러자 그 사람들도 최씨의 의견에 동의해 시장세를 거부하자고 무산시장 장사꾼들을 설득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수백 명의 상인들이 시장세 거부 움직임에 동참했다고 한다.
그 탈북자에 의하면 당시 무산시장 상인들은 갑작스러운 화폐개혁 시행에 대한 불안해했다. 게다가 세대 당 10만원에 한 해서만 화폐를 교환해준다는 정책발표가 나오자 흥분한 상인들 수백 명이 시장세 납부 반대 시위에 동참했다는 것.
무산시장은 무산읍에 있는 시장으로 무산군 내에서는 가장 큰 시장이다. 강씨는 물건을 판매하는 매대 수가 삼백여개 있고 한 매대 당 한두 명 정도 장사꾼이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에서 시장세는 군행정위원회 산하의 시장관리소에 매일 내야 되는 것으로 시장마다 약간씩 다르지만 구화폐로는 약 250원씩 냈다고 한다. 그런데 당시는 화폐개혁을 한지 얼마 되지 않아 신화폐 가치로 시장세의 가격 기준도 없는 상태였다. 그런 상황에서 이들은 시장 문이 닫힐 무렵인 오후 4시 전후 쯤 시장관리소 관리원들이 시장세를 수납하기 위해 나오자 시장세를 끝까지 내지 않고 버텼다는 것이다.
분위기가 험악해지고 통제가 불가능해지자 입장이 곤란해진 인민보안부 소속 시장 전문 단속 규찰대들은 결국 시장세를 포기하고 시장 문을 아예 닫아버리는 강제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에 따라 그 날 시장은 평소보다 3~4시간 일찍 봉쇄됐고, 다음 날부터는 정상적으로 가동되어 하루 동안의 소동으로 그쳤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후 시위에 나섰던 상인들에 대한 처벌이나 다른 조치는 없었다고 전한다. 소식통에 의하면 당시 거의 모든 상인들이 김정일 정권에 대한 격한 반발심을 가지고 있었고, 이들을 감시 및 단속하는 규찰대마저도 화폐개혁으로 인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렇게 아수라장이 된 상황 속에서 감시나 처벌은 전혀 생각할 수 없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한 북한 전문가는 “일제시대에 시장세 거부 운동이 있기는 했으나 북한에서 시장세 거부 집단행동이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단 하루 소동이기는 하지만 북한에서 상인들의 집단행동이 있었다는 사실은 북한 역사상 아주 의미가 크다” 고 말했다.
그는 “북한에서 정치적 행위는 바로 처벌을 받는다. 그런데 무산시장 사례에서 보듯 시장세 납부 거부와 같은 경제적 저항은 다행히 처벌을 받지 않았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시장세 거부와 같은 집단행동은 앞으로 북한 주민들의 새로운 저항 수단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