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울렁증' 때문에 지금 제가 있는거죠!"
  • 갑자기 내린 겨울비에 하늘이 깜깜했던 지난 8일, 환한 미소로 하늘의 구름마저 걷어낼 것 같은 배우 '홍지민'을 만났다.
    '홍지민'하면 떠올리는 수식어는 편한 옆집 누나, 여장부다. 하지만 실제로 만난 그녀는 너무 예뻤고 더이상의 다이어트가 필요 없을 정도로 정말 날씬했다.

    인터뷰에 앞서 진행된 사진 촬영에서도 "기자님~이건 어떨까요? 이렇게?"라며  적극적으로 어려운 포즈까지 취하며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그녀와 빨리 이야기보따리를 풀고 싶었다.

  • ▲ 뮤지컬 넌센세이션에서 허버트 수녀역을 맡은 배우 홍지민 ⓒ김상엽 기자
    ▲ 뮤지컬 넌센세이션에서 허버트 수녀역을 맡은 배우 홍지민 ⓒ김상엽 기자

     
    사실 홍지민은 넌센스 시리즈의 단골 배우다. 넌센스 시리즈 다섯 번째 작품인 '넌센세이션'에서는 원장 수녀역인 허버트 역을 맡았다. 허버트 수녀는 극 중 군기반장 역할로 다섯 수녀가운데 가장 점잖으면서도 포스가 있어 평소 유쾌, 상쾌, 통쾌해보이는 그녀가 어떻게 이번 역을 맡게 된건지 궁금했다.
    "넌센스 시리즈를 그동안 많이 해왔어요. 극중에서 허버트 역은 2인자 서열이지만 실질적인 원장수녀 역이에요. 그리고 다섯 수녀중에서 가장 수녀다운 수녀죠. 이번 역 제의는 제가 넌센스 잼버리를 함께 했던 연출자 이미혜씨가 제의해 하게 됐어요. 넌센스 시리즈는 할때마다 느끼지만 늘 마음이 따뜻해지는 작품이에요. 사실 수녀복이 굉장히 불편해요. 옷만 7겹정도를 입거든요. 이런 옷을 입고 춤을 추고 노래한다는 것 자체가 답답한거죠. 그런데도 넌센스 시리즈는 거부하지 못할 매력이 있어요. 작품에 웃음과 감동이 함께한다고 할까요? 전체적인 드라마는 살짝 허술하지만 뮤지컬이 끝날 무렵 관객분이 가져가실 메시지가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어요. 그래서 제가 자꾸 넌센스 시리즈에 애착을 갖고 출연하는 것 같아요"
    그녀는 넌센스 시리즈가 가진 가장 큰 매력으로 '메시지'를 뽑았다. 기독교인이 아니지만 성경 말씀이 기본적으로 가진 힘이 얼마나 크고 위대한지 느끼게 됐다는 것.
    "이번 넌센셔이션을 하면서 배우들과 정말 즐겁고 행복하게 지냈어요. 사실 그 전 작품에서는 극 중 역할에 몰입하고 또 무대에서 에너지를 조절하기 위해 상대배우와 일부러 말을 하지 않는 등의 설정을 했었거든요. 그런데 넌센셔이센은 그런 느낌보다는 다같이 어울리고 함께 해야 하는 메시지가 있어서 연습할때도 공연할때도 분위기가 아주 좋았어요."

  • ▲ 뮤지컬 넌센세이션에서 허버트 수녀역을 맡은 배우 홍지민 ⓒ김상엽 기자
    ▲ 뮤지컬 넌센세이션에서 허버트 수녀역을 맡은 배우 홍지민 ⓒ김상엽 기자

     

    홍지민은 이번 넌센세이션에서 배우 김희원과 허버트 수녀역에 더블 캐스팅됐다. 홍버트의 느낌을 살리기 기본에 충실해지려 노력했다는 그녀만의 허버트는 어떤 느낌일까?
    "같이 캐스팅 된 김희원씨는 그녀만의 독특한 색깔이 있어요. 목소리가 가진 힘이 아주 크죠, 그리고 음악적으로도 저보다는 훨씬 많은 기교가 있으세요. 그리고 뭔가 '4차원'적인 느낌으로 더 유쾌하고
    즐거운 허버트 수녀를 그리고 있죠. 반면, 저는 '친근하고 포근한' 느낌의 허버트를 표현하려고 했어요. 그래서 극 중반에 사고가 나는 장면에서도 저와 희원씨의 대사가 완전 다를정도로 각자의 느낌을 가진 허버트를 표현하고 있어요"
    뮤지컬 넌센세이션에는 역대 최고 캐스팅으로 양희경, 이태원 등 국내 최정상의 배우가 함께 모인 무대가 펼쳐진다. 홍지민에게는 양희경, 이태원 등 쟁쟁한 선배 배우들과 함께 하는 작품이다.

    특히 연극, 드라마, 영화 등 여러 장르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완벽히 소화하며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역할극의 1인지 양희경은 존재감이 대단했을것 이라는 생각에 그녀에게 선배들과 함께 작품을 준비하면서 힘들거나 어려운 점이 없었는지 조심스럽게 물었다.
    "하하하, 사실 양희경 선배님하고는 처음에는 좀 서먹서먹했어요. 전부터 알고 지냈던 사이라 편할줄 알았는데 선생님이 자꾸 저만 혼내시는거 같은거에요. 그래서 같이 있으면 제가 불편한 느낌을 많이 받아 피하고 싶기도 했구요. 그런데 저희 팀이 다같이 엠티를 다녀오고 그 오해(?)가 다 풀렸죠. 양희경 선배님이 그러시더라구요. "지금 네 배우 인생을 한번 돌아 볼 때가 된거 같다"고. 그전에 한번도 이런 말을 해준 선배가 없었어요. 제가 이제 배우 15년차에요. 어디가면 선배소리를 더 많이 듣게 된거죠. 그런데 선배님이 저 말씀을 하시는데 그때 딱 알겠더라구요. 왜 선배님께서 저를 더 많이 야단치셨는지...반성 많이 했어요. 생각도 더 깊게 했구요. 선배님께 그래서 참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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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방송울렁증 있어요, 그것때문에 제가 이 자리에 있는거죠!" ⓒ김상엽 기자

    사실 홍지민하면 굉장히 털털하면서도 따뜻한 옆집 누나같은 이미지가 떠오른다. 항상 웃음이 가득할 것 같고 옆에 있으면 유쾌한 기운에 전염 될것만 같은 느낌마저 든다.
    하지만 이런 그녀에게 '방송 울렁증'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제가 방송 아니 무대 울렁증이 있다고 하면 다들 놀라요. 그리고 묻죠! 어떻게 그렇게 당당할 수 있느냐고. 사실 이 울렁증이 있어서 제가 이렇게 성장한거 해서 좋기도하면서 나쁘기도 한 울렁증이에요.

    제 성격이 털털하고 꾸밈없고 솔직한건 맞아요. 하지만 소품 하나에 신경이 쓰일 정도로 예민하기도 해요. 그래서 무대에 오르기 전에 끊임없이 연습하고 또 연습해요. 그래야 실수를 안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공연에 앞서 동선을 미리 다 가보고 대기실에서도 끝없이 반복하죠.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안될것 같은 느낌. 이 느낌 때문에 저 자신을 괴롭히는 거에요. 그런데 아세요? 이렇게 해도 실수가 나온다는 거. 관객분들은 눈치도 못 챌만한 실수지만 저는 알죠. 그래서 아마 전 앞으로도 저를 계속 괴롭힐꺼에요. 울렁증의 완전 치유방법은 없으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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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습이 많이 되면 즐기는 상태가 되요. 그 상태로 무대에 오르기 위해 전 연습하러 갑니다!" ⓒ김상엽 기자

     

    그녀가 노래하는 모습을 한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아마 마음을 다해 부르는 노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열정을 다해 부르는 그녀의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혹시 그녀가 가수로 데뷔했다면 더 성공했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을 하게한다.
    "중학교때 처음 유리동물원이란 공연을 봤어요. 정말 '문화충격이 이런거구나'를 경험한거죠. 그리고 결심했어요. '나도 저런 공연을 하는 사람이 돼야지'라고. 그 후에 여러 경로를 거쳐 서울예전 연극과에 입학했어요. 아버지가 반대하셔서 조금 늦은 나이로 시작하게 된 거죠. 입학은 어려웠지만 대학교 내내 즐겁고 행복했어요. 제가 하고싶은 일을 맞는 자리에서 하고 있다는걸 느꼈거든요. 그래서인지 서울예전을 수석으로 졸업하고 서울에술단에 들어갔어요. 그리고 계속 여러 작품을 하게 된거에요. 노래와 연기를 함께 할 수 있는 뮤지컬이 저와 가장 잘 어울렸다고 생각해요. 그 후로 여러 작품을 하다보니 여기까지 오게 된거 같아요."

    배우 홍지민은 주인공 옆에서 그녀를 감싸주거나 도와주는 언니같은 역할로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바 있다.

    항상 친숙하면서도 편한 이미지로 인식된 그녀에게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역할에 대해 불었다. 뜻밖에 대답은 '악역'이었다.
    "저는 '귀여운 악역'을 해보고 싶어요. 제가 그동안 맡은 배역과 아주 다른 역할을 하면 아마 시청자들도 거부감이 생길거에요. 그래서 악역이지만 술수가 다 들키는 그런 악역, 미워하려야 미워할수 없는 그런 역할을 맡는다면 잘할 자신이 있어요. 또, 뮤지컬에서는 한 많은 집시를 표현하고 싶어요. 스위니 토드 러빗부인도 다시 해보고 싶고 드림걸즈 에피도 다시 하면 정말 잘 할것 같은데..."
    작품 이야기가 나오자 그녀의 눈빛이 반짝거리며 목소리가 높아졌다. 욕심많은 배우, 완벽함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배우, 열정이 넘쳐 에너지가 춤추는 배우 홍지민.
    직접 만나본 그녀는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보다 더 열정적이고 유쾌했다. 인터뷰가 끝나자 그녀는 바로 연습을 하러 가야 한다고 했다.  
    "연습이 정말 중요해요. 연습을 뛰어넘으면 그때부터 즐기는 상태가 되거든요. 그 즐기는 상태로 무대에 오르기 위해 또 연습하러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