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준 지음 '초초한 도시'
  • ▲ 사진으로 읽는 도시의 인문학 '초조한 도시'가 출간됐다.ⓒ안그라픽스 제공
    ▲ 사진으로 읽는 도시의 인문학 '초조한 도시'가 출간됐다.ⓒ안그라픽스 제공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에서 사람과 건축물이 사라지고 뒤바뀌는 속도와 양상은 가히 충격적이다.

     

    이런 충격은 사람들이 살면서 쌓아 온 삶의 직조를 한순간에 날려 버리고 물리적 삶에 관여하는 폭력이 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도시의 시간에 떠밀려 늘 초초해하고 도시가 보여 주는 차가운 얼굴에 상처입는다.
    이 책은 도시를 특히 삭막하게 느끼도록 하는 대표적인 세 가지 요소, ‘기호와 속도’, ‘밀도와 고도’, ‘콘크리트’를 통해 도시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 준다.

    시내에 서서 어디를 보아도 우리는 쏟아져 내리는 폭포수 같은 기호, 성냥갑 같은 아파트, 중세 고딕 성당보다 더 높이 치솟은 고층빌딩, 한강의 다리를 지탱하는 육중한 콘크리트 기둥을 접할 수 있다.

    이런 것들을 인상은 언제나 차갑고 삭막하며, 우리는 이로 인한 도시에 대한 히스테리를 갖고 있다.
    이 책의 저자 이영준은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 이런 대상들과 우리 사이에 새로운 원근법을 설정한다. 

    쏟아져 들어오는 기호들의 속도를 늦추고 폭발할 것 같은 도시의 에너지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게 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사진이라는 매체를 사이에 두고 도시와 정면으로 맞섰을 때, 우리가 그곳에 숨겨진 뜻밖의 여백과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만든다.
    저자는 우리가 미적인 가치를 부정하기 쉬운 콘크리트 기둥들, 송전 철탑의 전선 사이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경관을 발견하고 예찬하며 도시의 삭막한 아름다움을 역설한다.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 속에서 알게 모르게 자신만의 자리를 만들며 살아 간다.

    차갑고 살갑지 못하다고 도시에 대해 불평하면서도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이 살고 있는 현실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해석해 소화하며 살아간다. 즉, 도시의 틈새 속에서 숨 쉴 틈을 만들어 자기만의 경관을 찾는다.

    책 '초조한 도시'는 저자가 설정한 원근법 속에서 독자가 어떤 경관을 찾아내며 어떤 방식으로 도시와 화해하게 될지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를 만들어 줄 것이다.

    안그라픽스 펴냄, 272쪽, 1만 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