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은 왜, 무엇을 위해 백주에 170여발의 포탄을 무차별적으로 연평도에 퍼부었을까.
    다 알다시피 북한의 무력 도발은 지난 50년간 북한 체제의 본질적 속성으로 자리 잡고 있다. 지난 세월의 도발은 KAL기 폭파나 아웅산 테러 그리고 천안함 폭침에서 보여주듯이 숨어서 자행하는 테러 성격이었다.

    그러나 이번 연평도 포격의 경우는 과거의 도발 패턴과는 전혀 달랐다. 전 세계가 '볼 테면 보라'는 식의 공개적인 전쟁 행위였다. 이 행위로 국제 비난 여론이 들끓을 것이라는 것을 북한도 모를 리 없다. 또한 식량 원조 등 대북한 지원을 위한 모든 판이 다 깨질 것이라는 점도 모를 리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런 무모하기 짝이 없는 포격을 감행한 북한의 전략적 속셈은 실로 가늠하기 어렵다.

    손자는 일찍이 정보(情報)를 이렇게 정의했다. "정보는 신이 주는 것도, 영감으로 얻어지는 것도, 또 과거 사례를 참조해서 얻어지는 것도 아니다. 정보는 그것을 아는 자로부터 얻어내는 것이다." '적의 의도는 그 의도를 아는 자를 통해 정확히 파악할 수밖에 없다'는 정보 업무의 본질을 극명하게 지적한 말이다.

    현재 북한의 무력도발을 억지하기 위한 방책이 다각도로 강구되고 있다. 교전수칙을 바꾸어 강력한 비대칭 보복 응징으로 북한으로 하여금 다시는 도발을 못하도록 억지하는 방안이 주로 논의되고 있다. 응당 그래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전술적 대응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북한의 도발 동기와 저의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대응하는 전략적 접근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런 역할은 당연히 국가 정보기관의 몫이다.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에 관한 논픽션 '기드온의 스파이'를 쓴 영국 작가 고든 토머스는 "어느 나라든 국가 안보는 총구가 아니라 정보로부터 시작된다"고 했다. 정보기관을 국가 안보의 '제1방어선'이라고 부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런데 그동안 국가정보원에 대한 우리 정부의 인식은 투철하지 못했다. 최근 일부 사례가 이를 방증하고 있다. 지난 3월 천안함 폭침 직후 국가안보총괄점검회의라는 기구가 구성되어 대비책을 강구한 일이 있었다. 그러나 당시 국가안보를 총괄점검한다면서 정보 부문은 처음부터 아예 관심조차 없었다.

    또한 천안함 사건이 있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단행된 국정원 차장급 인사 교체 내용을 보면 국정원 스스로 정보적 신뢰를 훼손하는 무신경을 그대로 드러냈다. 천안함 사건이 일단락된 것으로 보았는지 대북정보 지휘라인을 신중한 고려 없이 교체했다. 더구나 또다시 정보 문외한인 외부 인사를 기조실장에 임명했다. 이처럼 정보는 아무나 해도 된다는 식의 인사가 국정원 내부 사기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는 불 보듯 뻔하다.

    국가 안보는 군사력만으로 지켜지는 게 아니다. 국가 정보와 연계된 안보 시스템 전체가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것이 강한 안보에 필수다. 모사드의 모토는 '지략이 없으면 백성이 망한다'는 성경 구절이다. 연평도 포격은 결코 일과성이 아니다. 앞으로 한반도 안보 정세가 지속적으로 요동칠 것임을 강력히 예고하고 있다. 따라서 차제에 '국가지략센터'로서 국정원의 대북 정보역량을 대폭 강화하는 실질적 방안도 치밀하게 강구되어야 한다. 국가 안보는 정보로부터 시작된다는 명제는 우리가 바로 지금 가장 심각하게 유념해야 할 말이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