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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안동 지역에서 불과 나흘 사이에 5차례나 구제역이 발생하고 7번째 의심신고가 들어과 정부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하지만 구제역은 발생원인이 명확하지 않고, 규명된다 하더라도 유입경로가 밝혀지기까지 약 3개월 정도의 시간이 걸려 일단 구제역이 발생하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정부 당국이 할 수 있는 일은 구제역 유입경로를 차단하는 `검역'과 구제역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방역'으로 크게 나뉘지만 현재로선 구제역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게다가 기후변화 등의 영향으로 종전까지는 구제역이 3∼5월사이에 주로 발생했으나 이번처럼 최근들어선 11월과 12월에도 발생하는 등 종전과는 전혀 다른 양상을 띠고 있는 것도 문제다.
◇구제역 `검역'..법제 미비로 실효성 미비
바이러스 형태로 전파되는 구제역을 차단하려면 유입경로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게 최상의 방책이다. 즉 해외로부터 유입되는 구제역 바이러스를 철저히 막는게 중요하다.
다른 나라에 비해 위생.보건 상태가 양호한 상태인 우리나라는 대체로 구제역이 외부로부터 유입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공.항만에서의 검역이 가장 중요한 예방조치로 꼽힌다.
해외를 방문한 축산농가 관계자는 물론 해외여행때 축산농장이나 농장 인근을 방문한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국내 입국때 철저한 검역이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이들을 대상으로 한 무조건적인 검역은 거주.이전 및 신체의 자유를 해칠 수 있는데다 관련 법제마저 제대로 갖춰져 있지 못해 현재로선 `구멍이 숭숭 뚫린' 상태라고 봐야 할 정도다.
즉 구제역이 발생할 때마다 검역당국은 해당 농가의 농장주는 물론 해당 농장을 출입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최근의 이동경로를 파악해 구제역 유입경로를 추적하고 있지만 농장주나 출입자들이 자신의 이동상황을 반드시 사전.사후에 신고해야 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농림수산식품부 고위관계자는 "지금까지 나온 구제역 예방책 가운데 최상의 방책은 해외방문이 잦은 축산농가 관계자들의 자신의 이동경로나 여행지를 사전 또는 사후에 신고하고 출입국 때 소독 등 검역절차를 밟는 것"이라며 "이 방안이 실현되면 구제역 발생 빈도를 눈에 띄게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가축전염예방법을 개정해야 하지만 이 법의 개정안은 최근에야 의원입법 형태로 국회에 제출돼 있는 상태여서 이번 구제역 파동에는 전혀 실효성이 없다.◇구제역 방역'..사후 대처로 예방엔 미흡
구제역 방역은 발생한 구제역의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로 주로 살처분과 매몰을 말한다. 돼지 구제역은 전염성이 높아 구제역이 발생하면 반경 3km 이내의 가축을 살처분.매몰하고, 소 구제역은 전염성이 상대적으로 낮아 반경 500m 이내에서만 살처분과 매몰한다.
하지만 이런 조치에도 불구하고 인근 지역에서 꾸준히 구제역이 발생한다는게 당국의 고민이다. 이번 안동 구제역 역시 지난달 29일 돼지농가 2곳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직후 반경 3km 이내의 가축을 살처분.매몰했지만 이후 지금까지 인근 지역에서 모두 6차례나 의심신고가 접수됐고 이 가운데 단 1곳을 빼곤 모두 구제역으로 확진됐다. 그만큼 사후적인 조치인 방역으로는 구제역을 원천적으로 막지 못한다.
게다가 이번에 발생한 구제역은 `O형'으로 통상 `A형'보다는 전파력이 훨씬 강하다는 문제점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살처분과 매몰 대상 지역을 무작정 확대해 `무고한' 인근의 가축까지 살처분.매몰할 수도 없다. 하지만 다행히도 이번에 잇따라 발생한 5차례의 구제역이 모두 1차 발생지로부터 비교적 근거리인 4km이내에 위치해있어 아직까지는 시.군 경계를 넘어선 먼지역까지 확산되지 않았을 것이란게 당국의 판단이다.
이와 함께 구제역 발생 인근 지역의 가축 살처분.매몰을 둘러싸고 벌써부터 환경.동물보호론자들로부터는 지속적인 문제제기가 나오고 있다. 우선 살처분과 매몰 방식이 동물의 권익을 보호하지 못하는데다 환경영향을 감안한 과학적인 매몰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향후 또다른 환경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기후변화'도 구제역 난제
올해초 김포, 강화 등지에서 있었던 구제역은 4∼5월사이에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통상 구제역은 계절적으로 서늘한 때 발생했다가 기온이 올라가면 소멸되는게 특징이다.
그러나 이번에 발생한 안동 구제역은 본격적인 겨울철이 시작되는 때에 발생해 당국을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번 안동 구제역은 대개의 구제역이 발생하는 계절적 요인에 전혀 부합하지 않고 있어 문제"라면서 "구제역 바이러스의 발생 원인도 규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발생 시점마저 불특정하게 변하고 있어 검역.방국의 애를 태우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