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사한 두 해병 또래 대학생들, 애절한 조문의 글“숭고한 당신들의 사랑이 이 나라를 살찌울 것”
  • 한국대학생포럼 회원들이 지난 23일 북한의 연평도 기습포격으로 숨진 고 서정우 하사와 고 문광욱 일병에게 보내는 안타까운 마음을 글로 엮었다.
    지난해 3월 설립한 한국대학생포럼은 좌편향 일변도의 대학 캠퍼스의 올바른 가치관과 역사관을 세우고자 하는 대학생들의 모임이다.
    이들은 또래인 두 해병 용사들의 희생에 대해 “46명의 용사들을 떠나보낸 슬픔을 잊고 살았던 바보같은 제가, 어쩌면 그대들을 또 한 번 하늘로 보낸 것만 같아 너무나도 미안합니다”라고 사과했다.
    또 “그대들을 향한 총부리에서 포성이 울리던 날, 그리고 당신들의 젊음이 적들의 무자비함에 갈기갈기 찢기던 날. 우리는 아무 것도 하지 못했습니다”라며 “우리는 정말 너무 바보 같았습니다”라고 자책했다.
    이들은 “세상에 뿌려진 숭고한 당신들의 사랑이 이 땅의 소중한 양분이 되어 이 나라를 살찌울 것을 믿습니다”라고 말하고 “나의 영웅들이여. 너무 고맙습니다. 언젠가 하늘에서 다시 만나는 날, 따스한 밥 한상 꼭 대접하겠습니다”라고 사연을 맺었다.
    다음은 한국대학생포럼 회원들이 뉴데일리에 보내온 두 해병 욕사를 기리는 글의 전문이다

    서정우 하사, 문광욱 일병에게
    뭐라고 운을 떼야할지 모르겠습니다. 답답하고 미안한 마음에 이렇게 그대들을 그려봅니다.
    지켜주지 못해서 너무 미안합니다. 너무나도 미안하고 또 죄송한 마음에 이름을 부르기 조차 부끄럽습니다. 46명의 용사들을 떠나보낸 슬픔을 잊고 살았던 바보같은 제가, 어쩌면 그대들을 또 한 번 하늘로 보낸 것만 같아 너무나도 미안합니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군대는 다녀와야 한다는 운명에 이끌려, 쓰디쓴 웃음을 지으며 입대를 했을 테지요. 입대를 하던날에 부모님에게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 애써 힘찬 경례를 했겠지요. 훈련소의 첫날밤에 코끝의 찡함을 느끼며 부모님을 생각했을 테고, 형제들을 생각하고, 나를 응원해주던 친구들을 생각했겠지요. 사랑했던 연인을 향한 마음을 달빛에 고이 접어 보냈겠지요.
    입맛에 맞지 않은 짬밥을 먹으면서도, 어색한 군복과 군화, 어설픈 군모를 쓰면서도 대한민국의 아들로서 훌륭하게 훈련을 받아왔겠지요. 생각하기도 싫은 화생방, 소리만 들어도 아찔한 사격, 난생처음 경험했을 고된 행군, 정말 말로는 다 표현하지 못했을 마음고생, 그리고 다들 말하는 군생활의 고단함, 고참 눈치 보랴, 후임들 챙기랴. 담배 한 대도, 라면 한 그릇도 마음대로 못 먹었을 텐데. 달달한 과자, 인스턴트 냉동식품도 마음껏 먹고 싶었을텐데. 손꼽아 휴가를 기다리고, 진급을 기다리고, 달력에 적혀있는 '제대'를 그렸을텐데. 이 모든 것을 견뎌가면서 그대들은 국가의 부름에 답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그대들을 애써 외면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당신들의 존재 이유가 희미해져갔고, 당신들을 향해 서 있는 총부리를 보면서도 아무런 격정을 느끼지도 못했습니다.
    46명의 용사들을 보내면서도, 우리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습니다. 그대들을 위협하는 세력을 우리는 두둔하기에 바빴습니다. 얼마나 속상했을까요. 그들의 절규가 이제야 조금은 들립니다. 얼마나 속상할지, 목 놓아 울다 못해 핏기가 터질 듯한 괴성으로 우리들을 다그치고 싶겠지요.
    정말 너무 바보 같았습니다. 그대들을 향한 총부리에서 포성이 울리던 날, 그리고 당신들의 젊음이 적들의 무자비함에 갈기갈기 찢기던 날. 우리는 아무 것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저 미안하다는 말밖에 하지 못하겠습니다. 염치없는 말이지만,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말밖에 하지 못하겠습니다.
    서정우 하사, 그리고 문광욱 일병.
    아니, 정우야 그리고 광욱아. 얼마나 아팠을까. 얼마나 아팠을까. 마지막 순간에 불렀을 '어머니...' 를 찾는 목소리를 생각하니 눈물이 나는 구나. 못다 핀 젊음, 그리고 꿈. 못 다한 사랑 모두 우리는 꼭 기억할게.
    비록 내 곁에 너희들은 없지만 너희들이 새로운 의미로 우리에게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노력할게. 조금 더 높은 곳에서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을 너희들을 꼭 기억할게.
    너희들이 남겨놓은 온기는 아직 식지 않았는데, 우리들에게 매서운 다그침을 주고 싶어 오늘은 눈이 왔나 보구나. 조용히 내리는 이 눈이 너희들의 모습이 되어 오늘도 네가 마지막으로 지키려했던 국민들 안에서 숨을 쉬고 있을 테니, 친구야. 편히 잠들렴.

    세상에 뿌려진 숭고한 당신들의 사랑이 이 땅의 소중한 양분이 되어 이 나라를 살찌울 것을 믿습니다. 당신들의 눈물이 이 나라를 지킬 가장 강한 힘이 될 것입니다. 고맙습니다. 나의 영웅들이여. 너무 고맙습니다. 언젠가 하늘에서 다시 만나는 날, 따스한 밥 한상 꼭 대접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