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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중부 지역의 명문대학 카잔대학교에서 22일 한국 최신가요가 울려 퍼졌다.
레닌과 톨스토이가 다닌 명문대학인 카잔대학 한국어문학과가 이날부터 이틀 동안 개최한 '한국의 날' 행사의 하나로 열린 한국노래 경연대회에서 현지 남녀 대학생들이 그동안 배우고 익힌 노래 실력을 뽐낸 것이었다.
이르샤트 가푸로프 카잔대 총장과 이윤호 주러 한국대사 등을 비롯해 500여 명의 교수와 학생들이 참석한 가운데 대학 내 공연홀에서 벌어진 이날 경연대회에서는 예선을 통과한 카잔대와 카잔 지역 내 다른 대학 학생 10명이 마지막 실력을 겨뤘다.
학생들은 젊은이답게 보아의 '내 옆에 있어줘', 키스의 '여자이니까', 김아중의 '마리아' 등 최신 한국가요를 열창했다.
발음은 다소 서툴렀지만 노래 실력은 웬만한 한국 학생 못지 않았다고 행사를 지켜본 한국국제교류재단 모스크바 사무소 임철우 소장은 전했다.
카잔 건축대학에서 참가한 알비나(21) 양은 "한국 영화 DVD를 보면서 좋은 노래가 많이 나와 흥얼거리다 보니 한국 노래를 좋아하게 됐다"면서 "한국 노래 때문에 관심이 생겨 한국어 수업도 듣고 있다"고 말했다.
노래 경연 대회 막간에는 카잔대 한국어문학과 학생들이 사물놀이 공연과 태권무 시범을 펼쳐 관객들로부터 열렬한 호응을 받기도 했다. 사물놀이 공연에 흥이 오른 가푸로프 총장과 이윤호 대사는 학생들로부터 꽹과리를 넘겨받아 같이 장단을 맞추며 분위기를 돋우기도 했다.
이날 경연대회의 우승은 마리아를 부른 카잔대 한국어문학과 3학년 여대생 율리야(20)에게 돌아갔다. 첼로를 전공한 그는 "한국 노래를 부르다 한국 문화의 매력에 빠졌다"며 "부상으로 받은 한국산 노트북보다 참가자에게 주어지는 한국영화 DVD 세트가 더 욕심이 난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한국어문학과는 22일 한국노래 대회에 이어 23일에는 한국 사진전과 시화전도 열었다.
카잔은 모스크바에서 동남쪽으로 약 800km 떨어진 타타르스탄 자치공화국의 수도다. 카잔대학은 1804년에 설립된, 러시아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대학이다.
러시아의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가 1840년대 이 학교의 동양어학부를 다니다 중퇴했고, 사회주의 혁명을 이끈 블라디미르 레닌도 1880년대 역시 이 대학 법학부를 다닌 것으로도 유명하다. 2007년 개설된 한국어문학과에서는 현재 35명의 학생이 공부하고 있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이 파견해 카잔대학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곽부모 교수(이화여대 한국어교육과)에 따르면 "이번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현지에서 한국어과에 대한 인식이 많이 높아졌다"며 "그 결과 가푸로프 총장도 내년도 한국어과 신입생 모집 인원을 확대하는 등 지원을 늘리겠다고 약속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