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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정법상 '반국가단체'로 규정된 북한의 법적인 지위 문제를 놓고 대법원에서 격론이 벌어졌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파장이 예상된다.
다수의 대법관이 북한의 반국가단체성에 변함이 없다는 기존 판례를 고수했지만 박시환 대법관은 반국가단체인 동시에 통일정책상 교류ㆍ협력의 대상이라는 북한의 이중적 성격을 법 해석에도 반영해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제시한 것.
박 대법관의 이 같은 의견은 그동안 법학계에서 논의돼온 소수설을 대법원 판결로 끌어들이려는 첫 시도여서 법조계 안팎에서 논쟁을 촉발할 것으로 보인다.
22일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 7월 이적단체에 가입하고 이적표현물을 소지한 혐의(국가보안법 위반 등)로 기소돼 징역 2년이 확정된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간부 김모(32)씨에 대한 상고심 판결에서 박 대법관은 "북한을 그 자체로 단순히 반국가단체라고 보는 다수 의견에 동의할 수 없다"며 무죄 취지의 소수의견을 제시했다.
박 대법관은 "적화통일 노선을 유지하는 등의 반국가단체성은 북한이 가진 한쪽 측면에 불과하고 대한민국과 교류ㆍ협력하면서 공존을 지향하는 또 다른 측면도 병존하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북한 관련 모든 행위를 반국가단체와 관련된 것으로 봐 국가보안법의 적용대상으로 삼고서 국가 존립ㆍ안전에 위해가 없다고 밝혀지면 법 적용을 면제하는 현행 방식은 타당하지 않고, 북한의 이중적 성격 중 반국가단체적 측면과 직접 연결된 사항에 한해 국가보안법을 적용할 수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이에 대해 양승태ㆍ김능환ㆍ차한성ㆍ민일영 대법관은 "대법원이 2008년 4월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선언한 이후 어떠한 실체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북한의 반국가단체성을 종전과 달리 보자는 것은 대법원 판례의 역사적 의미를 도외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또 "이미 반국가단체성과 관련된 행위만을 처벌대상으로 삼고 있고, 북한과 관련됐다는 이유만으로 모두 처벌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므로 반대의견(소수의견)의 논지는 무의미할 뿐 아니라 다수의견의 취지를 오해한 것"이라고 반론을 폈다.
대법원은 당시 김씨에 대해 이적단체 가입 등 공소사실을 대부분 유죄로 인정해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대법관 8(유죄)대 5(무죄)의 의견으로 확정했다.
김지형ㆍ이홍훈ㆍ전수안ㆍ김영란 대법관은 박 대법관과 논지는 달랐지만 실천연대를 이적단체로 볼 수 없거나 이적행위 의사를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무죄 취지의 소수의견을 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