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1 전차 포신 파열 또한 ‘포신 자체에 균열 있었지만 강도나 재질 문제 아니다’국방부, 앞뒤 안 맞는 설명하다 기자들로부터 빈축 사
  • 19일 국방부는 그동안 논란을 빚었던 K계열 기갑 장비 불량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책임자 처벌, 보도 초기부터 문제로 지적되었던 부분을 인정하지 않음으로 인해 기자단의 빈축을 샀다. 

    K-21 장갑차 ‘설계에 미흡한 점은 있었으나 설계결함은 아니다’

    국방부는 K-21 장갑차 침수 사고는 장갑차 전방부력의 부족, 파도막이의 기능 상실, 엔진실 배수펌프의 미작동, 변속기의 엔진 브레이크 효과에 따른 전방 쏠림 심화현상 등이 원인이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장갑차 내부공간에 병력이 탑승하지 않아 앞쪽의 부력이 부족해진 것을 “장갑차 중량 및 무게중심의 변화에 따른 부력기준 설정 및 관리가 미흡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즉 ▲장갑차 앞에 달린 파도막이의 강도와 높이가 기준미달이라 수상 운행 시 물결의 압력으로 파도막이가 변형되면서 엔진실에 물이 들어차고 ▲이때 배수펌프가 물을 배출해야 하는데 엔진실 압력이 대기압보다 낮아지는 현상으로 물이 더 차올라 장갑차 전방의 무게를 더욱 가중시켰으며 ▲여기다 장갑차의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거나 저단 변속 시에 울컥거림 현상이 나타나 침수현상이 더욱 빠르게 진행되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수상 운행이 가능한 장갑차가 병력이 탑승하지 않았다고 해서 앞으로 기울어진다는 것도 그렇고, 파도막이가 ‘파도’를 제대로 막지 못한 점, 엔진실에 들어온 물을 퍼내야 하는 배수펌프가 성능 미달인 점, 엔진 브레이크 효과로 인한 울컥거림이 심화된 점, 건현(장갑차 수상운행 시 물 위로 노출되는 부분)은 원래 최소한 30cm 이상이 되어야 하는데도 부력 부족으로 20cm인데도 그대로 수상 주행을 한 점 등은 설계상의 문제라 할 수 있다.  

  • ▲ 19일 국방부 관계자들이 K-21 장갑차 침수사고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 19일 국방부 관계자들이 K-21 장갑차 침수사고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국방부 측은 “장갑차에 병력이 탔을 때와 안탔을 때 (무게중심이) 다를 수밖에 없다. 수상 운행에서는 육상에서와는 달리 작은 무게로도 무게중심이 크게 달라진다. 실제 시험 결과 250kg만 앞으로 가도 확 기울어지는 것을 확인했다”며 “설계 결함이라기보다는 설계에서 미흡한 점이 있었다”는 식으로 말을 돌렸다. 참고로 K-21 장갑차의 무게는 25톤이 넘는다.

    파도막이의 설계도 업체의 요구로 초기와는 달리 몇 차례 변경된 점, 전투상황시험(병력을 모두 태웠다고 가정한 시험)은 남한강에서 14회, 소양강에서 6회에서 실시했지만 공자상황시험(병력을 태우지 않은 채 하는 시험)은 한 번도 안했었다는 점 등에서는 ‘번개불에 콩 볶아 먹듯’ 개발했음을 알 수 있었다.

    국방부 관련 기관들의 ‘아집’ 문제도 나왔다. 사고 당시 언론이 제기한 건현 높이, 파도막이, 엔진실 문제 등 사고 원인으로 제기된 부분에 대해 국방과학연구소 등에서는 ‘그럴 리 없다’며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었다고 한다.

    이처럼 ‘총체적 문제’가 나타났음에도 국방부는 “장갑차의 수상운행은 육군이 요구한 ROC(군 요구성능)에 포함되어 있어 변경하기 어렵다”며 장갑차의 ‘수상운행 능력’은 포기할 뜻이 없음을 내비쳤다.

    국방부는 대신 “수상 안전 보강과 관련해 4차례의 수상시험을 하고 그 결과에 따라 기술변경 및 보완조치를 해 내년 4월까지 개선조치를 할 것이며 이후 필요하다면 언론, 국회관계자를 초청, 제반 개선성능에 대한 공개시험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또한 금년도 계획된 50대 야전배치를 연기하고, 내년 배치 분은 1개 대대 분을 줄인 59대 분으로 c축소해 금년도 보류된 분량을 포함 총 109대를 전력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재질에는 문제없으나 만들 때부터 균열 있었다’ K-1 포신 파열

    지난 8월 6일 발생한 K-1 전차 포신 파열사고와 관련해서도 “조사 결과 포신 파열의 원인은 포신 내 이물질이나 불량탄두, 장약에 의한 것이 아니었으며 포신 재질이나 강도상의 문제도 아니었다. 단지 포신을 만들 때 생긴 균열 때문이다”라는, 이해하기 어려운 답변을 내놨다.

    육군 측은 “포강에 형성된 미세한 균열이 오랜 기간 사격에 의해 확대되다가 이번 사격에서 한계점에 도달해 파열된 것으로 분석됐다”며 “이는 포신 제작단계에서 금속조직 내에 남게 되는 벌어지려는 힘(인장잔류응력)이 습도, 산소, 운도 등 다양한 부식 환경과 결합하여 발생하는 균열로 ‘응력부식균열’이라고 한다”고 밝혔다. 육군 측은 “이러한 균열은 미군에서도 지난 10년 동안 10건이 보고된 바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육군 측은 ‘포신을 제작할 때부터 있었던 문제라면 재질 문제 아니냐’고 묻자 “그게 아니라 제작 과정에서 생긴 ‘미세한 균열’ 때문”이라고 답변해 기자단을 헷갈리게 했다.

    알맹이 없는 군의 후속조치

    국방부는 이번 조사결과의 후속조치도 설명했다. K-21 장갑차의 경우 이미 실전배치된 차량을 포함, 전 차량에 대해 전방부력의 증대, 파도막이 개선, 배수기능 확대 등 안전한 수상운행에 필요한 사항을 조기에 개선하고, 철저한 시험평가를 거친 뒤 전력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연구개발 총괄기관인 방위사업청에는 개발 관리 책임을 묻고, 연구를 주관한 국방과학연구소에는 매 단계 평가가 미흡했던 책임을, 국방기술품질원은 파도막이 규격 관리를 미흡하게 했던 책임을, 육군시험평가단은 운용시험에서 평가를 소홀히 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국방부가 ‘책임을 묻는다’는 것에 형사처벌은 포함되지 않는다.

    국방부는 “형사처벌을 하려 해도 10년 동안 개발하면서 관계자가 워낙 많아 모두 처벌하는 건 어렵다”며 “어떻게 해야 할 지 법적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관계자 25명을 징계하려 했지만, 징계 가능 시효가 개발 완료 후 2년까지라 2007년 개발이 완료된 K-21 장갑차 관련자들에게는 경고조치만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규격에 맞춰 만들었기 때문에 제조업체에게도 직접적인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했다.

    K-1 전차 포신 파열 사고도 책임질 사람을 못 찾았다. 육군 측은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단기적으로는 모든 K-1 전차의 포신에 대한 정밀점검을 실시하고 사격전에는 반드시 포강경 측정기구를 이용해 사전 점검할 것이며, 포구손질절차를 이행하도록 규정화할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외부 전문기관에 연구용역을 의뢰하여 포신교체를 위한 포강내 균열허용기준을 정립토록 하고 포신 제작공정을 보다 철저히 관리토록 할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미군도 우리와 같은 사례가 10건 정도 보고됐다”고 말해 기자들을 당황케 했다.

    이번에 사고가 난 포신과 비슷한 시기에 수입된 포신은 모두 1,300개 이상. 미국에서 FMS로 도입한 것들이다. 하지만 문제가 있는 포신은 지금까지 몇 개인지 파악조차 못한 상태다. 비파괴 검사 또한 제대로 실시하지 않았다고 한다.

    육군이 비교한 미군의 환경이 우리와는 전혀 다르다는 점도 있다. 이번에 파열된 포신은 18년 전에 제조된 것으로 FMS를 통해 미국으로부터 직수입한 것이다. 지금까지 발사된 포탄은 363발의. 1년에 20발을 쏜 셈이다.

    하지만 미군의 경우 사격 훈련 횟수나 발사량 등에서 우리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훈련을 자주, 많이 한다. 정비도 전담 전문 인력들이 맡는다. 또한 미군의 주력인 M1A1, M1A2 전차는 모두 120mm 활강포가 장착돼 있다. 우리 군의 K-1 전차에서 사용하는 105mm 강선포는 내구성, 안전성 문제로 점점 사라지는 추세다. 이런 상황에서 1,300여 대의 K-1 전차에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비파괴 검사 확대도 ‘고려 중’일 뿐이다.

    국방부 ‘불량 무기’ 포기하는 게 나을 듯

    국방부가 밝힌 조사 결과와 후속조치를 들으면 마치 ‘술 먹고 운전은 했지만 음주운전은 아니었다’는 과거 某연예인의 황당한 해명과 너무 비슷해 보인다.

    제대로 뜨지도 못하는 장갑차를 만들어 놓고선 ‘설계에는 문제가 없다’고 하고, 엄청난 압력을 견뎌야 하는 전차포가 수입할 때부터 균열이 있었음에도 ‘제조나 재질 상의 문제는 아니다’라고 답하는 걸 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최근에는 대부분의 설계를 3D 프로그램으로 하고, 그 뒤 컴퓨터를 통해 시뮬레이션 하는 게 통례임에도 군은 그런 걸 하지 않는다는 걸까 아니면 지금까지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무기 만들기에 급급했다는 점이 밝혀지면 ‘다칠 사람’이 많기 때문에 이런 억지를 쓰는 걸까.

    천안함 사태 이후 그동안 ‘명품 무기’라며 자랑하던 육군의 최신 ‘K계열’ 무기들이 실은 ‘불량 무기’라는 게 이미 만천하에 드러났다. 이 불량 무기의 다수가 지난 정권에서 급하게 만든 전시용 이라는 것도 이미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이런 현실임에도 국방부가 ‘설계상에 미흡함은 있지만 설계결함은 아니다’ ‘시효가 끝나서 책임질 사람이 없다’는 식의 변명만 늘어놓는다면 누가 군을 믿을까.

    천안함 사태 이후 연이은 사고와 문제로 우리 군에 대한 신뢰도는 바닥을 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군이 신뢰를 회복하는 길은 솔직히 잘못을 시인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 외에는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