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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인께서 매우 억울한 사연이 있어 경찰을 찾았음에도, 경찰이 그 억울함을 속 시원히 해결해 드리지 못하고 도리어 고소인께서 경찰로부터 피해를 당하셨다면, 이는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이번 사건의 사실관계를 객관적으로 명백히 밝히기 위해 서울지방경찰청 수사과에서 직접 수사에 착수하기로 하였습니다. 한 점의 의혹도 없이 철저하고 투명하게 수사하여 진실을 밝히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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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용환 경찰서장의 용기가 네티즌들의 화제가 되고 있다. ⓒ자료사진
한 경찰서장의 솔직함과 용기가 네티즌들의 화제가 되고 있다.
사건의 시작은 지난 6일 오전 0시 51분 다음 아고라에 ‘그깟 엉덩이 한번 대주라니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면서였다.
글의 내용은 60세를 넘긴 글쓴이의 어머니가 다니던 공장에서 지속적으로 관리자에게 성추행을 당해 종암경찰서를 찾았다가 어이없는 일을 당했다는 내용이었다.
경찰관에게 성추행 사실을 얘기하니 형사가 어머니에게 “그깟 엉덩이 한번 대주면 어때서 그러냐”고 비웃었다는 것이었다.
글을 읽은 네티즌들은 일제히 분개했다.
어머니를 비웃었다는 형사는 물론 경찰들을 싸잡아 비난하는 댓글이 순식간에 500여개나 달릴 정도였다.
자세한 진상 조사가 따라야 한다는 이성적인 댓글도 있었지만 분노와 비난의 목소리에 묻혀버렸다.
이를 지켜보던 정용환 종암경찰서장이 결심을 했다. 정 서장은 7일 오후 4시께 담담하지만 정중한 글을 다음 아고라에 올렸다.사실관계를 객관적으로 명백히 밝히기 위해 서울지방경찰청 수사과에서 직접 수사에 착수하기로 하였다는 설명과 함께 한 점의 의혹도 없이 철저하고 투명하게 수사하여 진실을 밝히도록 하겠다는 다짐도 따랐다.
정 서장은 “수사결과에 따라, 해당 경찰관에 대해 적절하게 조치함은 물론, 고소인에게도 그 결과를 직접 알려드리도록 하겠다”라며 “다만 확인되지 않은 사실로 더 이상 논란이 확대되는 것은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정 서장의 약속에 네티즌들의 분노는 가라앉기 시작했다. 네티즌들은 댓글에서 “수사를 지켜보겠다” “진실이 밝혀지기를 바란다”고 반응했다. “용기있는 경찰, 신뢰가 가는 경찰이 국민들이 진정으로 바라고 있는 경찰상”이라며 “연일 고생이 많다”고 격려한 네티즌도 있었다.
또 “용기있는 서장님의 표현을 존경합니다. 내용 자체가 고소인을 배려하는 입장이어서 좋았다”는 글도 있었다.문제의 글을 올린 이도 정 서장을 직접 만나고 왔다며 “처음에는 여러 가지로 경찰 간의 싸고 돌기가 될까봐 신경 쓰였지만 직접 뵙고 나니 걱정이 사라진다”라며 “서장님도 한솥밥 먹는 가족이기 이전에 시민들과 경찰의 신뢰관계를 위해서라도 끝까지 명확히 확인하고 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셨고 저 역시 믿을 수 있었다”는 글을 7일 오후 올리기도 했다.
사태를 지켜보던 한 시민은 “한 서장의 용기가 그동안 곱지 않았던 경찰에 대한 인식을 바로잡아준 것 같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