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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이민 1세인 강석희(59.민주당) 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 시장이 2일 (현지시간) 치러진 중간 선거에서 64%의 압도적 지지로 재선 고지에 올랐다.
2008년 인구 21만 명인 어바인의 시장으로 선출돼 '최초의 비백인계 시장'으로 현지 언론의 주목을 받은 강 시장은 4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주민들과 가까이하면서 보여준 진정성, 여러 현안의 해결 과정에서 평가받은 '해결사' 능력이 유권자들에게 어필한 것 같다"면서 "아울러 선거자금 모금액의 80% 이상을 후원해주는 등 한인사회의 전폭적인 지원도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1977년 고려대를 졸업하면서 동급생과 결혼한 후 곧바로 미국에 이민, 전자제품 유통업체인 서킷시티에서 15년간 근무하던 중 한인사회의 정치력 신장의 절실함을 느끼게 돼 정계에 뛰어들었다.
그의 정계 진출 결심을 촉발시킨 사건은 1991년 로스앤젤레스 흑인폭동으로 당시 한인 상점들이 큰 타격을 입고 있는데도 한인사회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그는 올 7월 아시아계의 권익 향상을 위해 노력해 온 비영리단체 인터내셔널리더십재단(ILF)으로부터 '올해의 공무원상'을 받기도 했다.
2009년에는 국내에서 자서전인 '유리천장 그 너머-세일즈맨에서 시장까지, 강석희의 꿈과 도전'을 출간했다. 어바인시 부시장과 시의회 부의장, 한미 민주당협회 회장, 한미연합회 오렌지카운티 이사장 등을 지내기도 했다.
다음은 강 시장과의 일문일답.
--공화당의 아성으로 꼽히는 어바인에서 민주당 후보로 압승했는데.
▲시민과의 공감대 형성을 토대로 시장으로서 각종 현안 해결에 진력한 점 등이 점수를 딴 것 같다. 2년 전 지지율(52%)을 크게 넘어선 것은 타협과 화합의 정신으로 유권자들의 숙원이었던 '공원 내 전사자 기념비 건립' 문제 등을 해결하고 우리 지역의 경제 활성화를 위해 노력한 점이 유권자들에게 어필한 것 같다. 초선 때만 해도 시정부 내외에서 이민 1세 출신인 나의 지도력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 가운데 내 스스로도 '보수 성향이 강한 이곳에서 잘해낼 수 있을 것인가'라는 의구심이 들었으나 이제는 좀 더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짧은 시간 내 유권자들의 신뢰를 얻게 된 비결은.
▲한인 이민자들의 주요 덕목 중 하나인 근면과 성실함, 또 복잡한 양상의 현안들을 비교적 쉽게 해결한 점이다. 첫 번째 임기 때는 "시장직을 잘 수행하지 못하면 향후 정계에 진출할 한인들이나 한인사회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마음의 부담 속에 매주 수요일 오전을 '주민과 대화 시간'으로 만드는 등 정말 열심히 주민들을 만나 대화하고 이들의 민원 해결을 위해 진력했다. 이런 '열린 시정' 노력이 결실을 본 것 같다.
--리먼 브러더스 파산의 여파 속에서도 어바인 경제의 활성화를 이뤄냈는데.
▲미국에서 소매업에 종사하며 위기관리 능력을 배워둔 게 큰 도움이 됐다. 미 경제의 급격한 침체상황에서도 '위기를 기회로' 철학을 시정에 반영, '호텔 투숙객 늘이기 운동' 등 오히려 공격적으로 시정을 이끈 게 주효했다. 어바인의 경제를 살리기 위해 전국 규모의 각종 운동 경기를 유치하거나 시설 사용 계약을 할 때면 참가자들이 14개의 호텔이 있는 어바인 지역에 꼭 투숙하도록 계약에 명문화하는 노력이 결실을 봤다. 그 결과 경제위기 후 투숙객이 25% 감소했던 어바인 지역 호텔의 이용객들이 올 3월부터 약 20% 늘어났다. 그 영향으로 인근 식당, 쇼핑센터 등도 간접적인 혜택을 크게 봤다.
-- '교육문제 해결사' 별명도 얻게 된 계기는.
▲어바인은 캘리포니아주에서도 '우수 교육구'로 유명한 데 주 정부의 재정 악화로 교육예산이 대폭 삭감돼 교육의 질적 저하가 우려돼왔다. 이 교육구는 시 정부가 아닌 주 정부가 설립한 것이지만 어바인에 있어 주민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점을 감안해 시의회를 설득, 지난 2년간 500만 달러를 지원했다.
주 정부의 요청이 없었지만 이 돈을 교사 대 학생 비율을 점차 낮춰 공교육의 질을 유지한다는 목표하에 '교사와 학생 간 비율 유지' 항목에만 사용한다는 전제하에 지원, 호평을 들었다.
--재선 시장으로 역점을 둘 분야는.
▲미 전역에 휘몰아친 경기후퇴 국면에서 어바인시도 지난 2년간 '경기후퇴 국면을 잘 버텨낼 수 있는 정책'(Recession Ready)을 수립했으나 이제 회복기에 접어든 만큼 '경기 회복에 적합한 정책(Recovery Ready)'으로 시정 목표를 바꾸 추진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