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35년에 세상을 떠난 서양장기의 신화적 명인 아론 님조비치가 명인전에서 이기는 순간 큰소리로 외쳤다고 전해집니다. “내가 어떻게 저런 천치·바보에게 패할 수 있냐”

    나는 장기명인의 그 한 마디가 교만한 한 마디로만 들리지 않고 과연 명인다운 즉석의 발언이었다고 여겨집니다. 나는 남북이 대치한 오늘의 판세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내가 어떻게 저런 천치·바보에게 패할 수 있냐”고 한 번 소리 지를 수 있는 그런 지도자로 거듭나기를 고대합니다.

    나는 우리 대통령이 정치를 포기하고 만나야 할 사람들은 만나지 않고 고작 남대문 시장에서 고전하는 상인들이나 위로하고 떡볶이나 같이 먹는 다정한 분위기를 미워하지는 않지만, “이게 뭡니까”고 한 마디 아니할 수 없습니다.

    김정일을 직접 만나고 싶으면 그를 청와대로 초청하세요. 김대중·노무현이 즐겨 쓰던 그런 비굴한 방법으로 만나면 안 됩니다. 서울에서 열리는 G20 정상모임과 때를 맞추어 그를 참관인 자격으로 서울에 초대하세요. 오고 안 오는 것은 그 사람 자유이겠지만.

    사람을 무서워하지 마세요. 특별히 김정일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그 자는 ‘종이 호랑이’입니다. 김정일이 “나는 핵무기가 있다.”고 으스대면, “같이 죽자”고 하세요. 두려워할 일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만나면, 체스의 명인 님조비치가 한 말을 그대로 옮기세요. “내가 어떻게 너 같은 천치·바보에게 패할 수 있느냐”고 한 마디 하세요. 대한민국은 이명박 대통령과 함께 그런 큰소리 칠 준비가 다 돼 있습니다.

    김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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