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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의 명산 금강산에서 남북의 이산가족들이 만나 재회의 기쁨을 누린다고만 들으면 그 정경이 매우 아름답게 낭만적으로 들립니다. 그러나 그 내용을 알고 보면 ‘정’을 가진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남북정치의 매우 잔인무도한 일박극의 연출입니다.
60년의 세월이 흘러 대한민국에서 잘살았건 인민공화국에서 굶주리며 살았건 늙어 볼품없이 된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대개 북에서 온 노인들은 얼굴이 까맣고 깡 말랐습니다. 반면에 남에서 간 노인들은 대개 얼굴이 핑핑하고 건강상태가 좋아 보입니다. 북에서 온 노인들은 양복을 새로 만들어 입혀서 상봉의 자리에 김정일이 보낸 것이 확실합니다. 누가 봐도 어색한 북의 노신사들.
서로 붙잡고 통곡하는 장면도 이미 여러 번 보았기 때문에 역겨웁게 느껴집니다. 내 부모는 북에 안계시지만 나에게도 큰아버님 한 분이 북에서 월남하지 않고 그냥 평양에 계셨는데 이미 세상을 떠나셨겠지만 복길이라는 사촌 누이는 능라도에서 농사 짖고 살고 있었습니다. 그 내외도 세상 떠났을지 모르나 아마도 아들·딸은 능라도에서 계속 농사 지어 밥을 먹고 살고 있겠지요.
부모 형제 아들·딸의 정이 어떠하다는 것을 정치가 모를 리 없는데 2~3일 붙잡고 울다가 또다시 헤어져야 한다는 것은 인륜과 도덕에 어긋난 일이 아니겠습니까. 아예 만나지 조차 않는게 백번 낫지 또다시 눈물로 작별하게 한다는 것이 잘하는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김동길/연세대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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