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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가야할 길을 옳게 잡기 못하고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하는 사람을 두고 ‘우왕좌왕’한다고 비난합니다. 사람도 그렇고 나라도 그렇습니다. 국가의 지도자는 국정의 목표를 분명히 하고 전진하기를 힘써야지 ‘우왕좌왕’하다가는 도중에 쓰러지기가 일쑤입니다.
대한민국의 헌법은 이 나라의 갈 길을 제헌 당시에 밝혀 놓았습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헌법 제 1조에 명시되어 있기 때문에 대통령이 국정의 목표를 좌로 잡아도 잘못이고 우로 잡아도 안 될 뿐 아니라 ‘중도’라고 표방하는 것은 위헌의 소지가 다분히 있다고 사료됩니다.
더욱이 남북이 대치된 상황에서, 북은 이미 남침을 대대적으로 감행했다가 실패했고 남침을 위해 땅굴을 파고, 가공할 핵무기를 만들었다고 큰소리치는 이 마당에, 그리고 우리의 초계함 천안호를 어뢰로 격침, 46명의 젊은 목숨을 앗아간 이 마당에 ‘중도 실용주의’가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공연히 의회민주주의가 확립된 서구사회에서나 가능한 ‘좌’와 ‘우’를 임의로 설정하고 어쩌자고 대한민국을 이렇게 사상적·이념적 혼란으로 몰고 가는 겁니까. 대통령의 ‘우왕좌왕’이 우리의 주적인 북의 인민군을 침략의 보다 유리한 고지에 서게 한다면, “민주주의를 사수하라”는 헌법의 명령을 지키지 않는 것이므로 일국의 대통령으로서의 직무유기가 되는 것 아닙니까.
하루 빨리 ‘중도는 없다’고 선언하세요. ‘좌’도 없고 ‘우’도 없는 이 판국에 왜 허무맹랑하고 애매모호한 ‘중도’를 고집하십니까. 역사에 그 이름이 ‘기회주의자’로 남기를 바라는 겁니까.
<김동길 /연세대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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