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땅에서도 우리 재향군인들의 모임이 있어서, 초청을 받아 여러분 앞에 강연을 하게 된 사실을 큰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나는 동작동에 자리 잡은 국립묘지에 가서 전사자들 묘역에 서면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고, “덕분에 대한민국은 오늘 이렇게 살아있습니다”라고 마음속으로 중얼거리게 됩니다.

    만일 6·25에 이 용사들이 목숨을 바쳐 싸우지 않았다면 우리는 모두 김일성·김정일의 노예가 되어 헐벗고 굶주리고 까닭 없이 매만 맞는 오늘의 북한 동포들과 다름없는 한심한 신세가 되었을 것이고, 이 좋은 나라 미국에 이민온다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었을 것입니다.

    월남전에서 목숨을 잃은 전우들이 없었다면 오늘의 한미관계가 혈맹이라고 할 만한 튼튼한 군사동맹으로 육성되기 어려웠을 것이고, 또 이른바 ‘월남경기’도 일지 않았을 것이니 오늘만한 한국경제가 꽃을 피우지 못했을 것입니다.

    재향군인 여러분, 국방이 튼튼하지 못하면 나라를 지킬 수 없어 임진왜란에 이 겨레가 겪은 신산고초는 말로 다하기 어려웠습니다. 왜 율곡선생의 ‘10만 양병설’을 선조와 그의 신하들은 받아들이지 않고 일본의 침략을 당하고 말았으니 오늘도 생각하면 우리역사의 한 부끄러운 단면이 아닐 수 없습니다.

    1905년에 그리고 1910년에 우리가 무참하게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기는 비참한 일은 왜 일어났습니까. 한마디로 하자면, 나라를 지킬 힘, 국방의 능력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곳곳에 의병이 일어나긴 했지만 근대화된 일본군을 물리치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믿습니다.

    국가의 지도자는 무엇보다도 국방에 우선권을 주어야 합니다. 김대중·노무현 두 사람을 내가 지금도 증오하는 까닭은 그들이 청와대에 있으면서 우리들과 사상과 이념이 다르기 때문에 국방을 소홀히 하고, ‘반미·친북’같은 완전히 대한민국 헌법을 무시한 처사를 일삼았기 때문입니다.

    북에다 수억달러를 몰래 건네주어 김정일이 그 돈을 가지고 핵무기 만드는데 쓰지 않았다고 단언할 사람이 누구입니까. 햇빛정책·포용정책이 ‘빛 좋은 개살구’이지, 국방을 소홀히 여기는 나머지 북에 대해 굽실거리는 비굴한 자세만을 보였을 뿐이니 진실로 통탄할 일입니다.

    정권교체를 1천 1백만이 넘는 많은 유권자들이 부르짖고 나선 것도 따지고 보면 대한민국 국방에 위기가 왔다고 느꼈기 때문에 아니겠습니까. 과연 그들의 뒤를 이은 이명박 대통령은 군과 국방의 소중함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걱정입니다. 천안함이 격침되어 46명의 젊은 용사들이 졸지에 목숨을 잃은 뒤에도 이 대통령은 계속 ‘우왕좌왕’하고 있는 듯 하여 속이 상하는 때가 많습니다. 약하게 보이면 저놈들이 덤벼들 것은 뻔한 이치이기 때문입니다.

    김동길
    www.kimdonggil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