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아봤어.」

    영세대학 경제과의 친구한테서 들었다면서 김세희가 소곤소곤 말을 잇는다.
    「경영학과 윤대현은 복학파여서 재학생들하구 잘 안어울린대. 복학생 몇 명하고만 따로 논다는구나.」

    고수연이 잠자코 시선만 주었으므로 김세희가 눈웃음을 쳤다.
    「튀지 않으려고 하는 성격이래. 어울리지도 않고. 괜찮게는 생겼다고 하던데.」

    「그것 뿐야?」
    하고 고수연이 물었더니 김세희는 덧니를 드러내고 웃었다.

    「특급 비밀인데 맨 입에 들을래?」
    「말해. 내일 밥 사주께.」
    「너, 누구 부탁을 받았다고 했지?」
    「으응, 내 중학교 동창. 뜬금없이 윤대현이란 애를 알아봐 달래서 말야. 짜증나.」
    「걔들이 사귄대?」
    「그런 모양이야.」
    「에휴, 어쩌다가.」

    어깨를 늘어뜨린 김세희가 말을 이었다.
    「윤대현이 호빠 나간다는 소문이 있대.」

    숨을 멈춘 고수연이 시선만 주었고 김세희가 말을 잇는다.
    「이건 몇 명만 아는 비밀인데 여학생 하나가 윤대현이 강남의 유명한 호빠 「돈쥬앙」에서 나오는걸 봤대. 새벽 3시쯤 되었다나봐.」
    「......」
    「거긴 돈 많은 싸모님들 단골이거덩. 너도 알지?」

    고수연이 머리를 끄덕이자 김세희가 다시 소근거렸다.
    「윤대현이 코가 크고 체격이 좋다더라. 늙은 여자들이 훅 가는 스타일이라고들 하더라.」
    「......」
    「그렇게 해서 돈을 번다고 소문이 났어.」

    「어유 드러.」
    혼잣소리처럼 말한 고수연이 커피 잔을 쥐었다.

    대학 정문 근처의 커피숍 안이다. 한 모금 커피를 삼킨 고수연이 쓴웃음을 지었다.

    「드런놈. 징그러 죽갔네.」
    「니 동창한테 말해 줄거야?」
    「그럼 말해줘야지 어떡해?」
    「참, 걔도 어떡하다 그런 놈을 알게 되었다냐?」
    「글쎄 말이다.」

    고수연이 웃음 띤 얼굴로 김세희를 보았다. 뾰죽한 턱을 가진 김세희의 별명은 촉새다. 말이 많고 지어내기도 잘 하는 애여서 조심하지 않으면 큰일 난다. 그러나 정보력 또한 대단해서 이용가치도 많다.

    고수연이 은근한 표정을 짓고 김세희에게 물었다.
    「어때? 권기호씨하고 잘 돼가니?」
    「으응.」
    김세희가 입을 다물고 덧니를 덮었다.

    권기호는 유부남으로 대기업 과장인데 김세희의 애인인 것이다. 촉새 김세희가 고수연에게 고분고분한 이유는 학교에서 그 사실을 아는 유일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고수연이 말을 이었다.
    「너, 조심해. 권기호씨 핸폰에다 문자같은거 날리지 말고, 음성 메시지는 물론이고 말야.」
    「알았어.」
    「나, 집에 가야겠다.」
    가방을 든 고수연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아무리 친한 친구라고 해도 사생활은 털어놓지 않는다.
    이것이 고수연이 첫 번째 인생철학이다. 도움 될 것이 전혀 없는 것이다.

    김세희와 헤어진 고수연이 지하철역을 향해 걸으면서 손목시계를 보았다. 오후 4시 반이다.

    「9시까지 집에 들어와. 핑계 대면 죽을 줄 알어.」

    그 순간 윤대현의 목소리가 귀를 울렸으므로 고수연은 걸음을 멈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