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 주인이 된 뒤 가장 곤혹스러운 사람들은 바로 '경호처'와 '의전팀'이다.
현장방문을 좋아하는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 때문이다. 특히 재래시장 방문 때는 상인들이 주는 음식을 받아먹고, 악수는 물론 포옹까지 거리낌 없이 한다. 이 때문에 계획된 시간은 항상 두세 배 이상 초과된다. 경호나 의전팀은 애간장을 태울 수밖에 없다.
-
- ▲ 이명박 대통령이 21일 열린 제65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에 참석, 시각장애학생들로 구성된 '한빛 빛소리' 중단단의 축하공연 뒤 이들을 직접 찾아 격려했다. ⓒ뉴데일리<=청와대 제공>
특히 의전은 과거 정부와 180도 달라졌다. 이 대통령은 취임 뒤 모든 행사에서 불필요한 의전을 없앴다. 주인공이 아닌 행사에서 대통령이 행사의 주인공이 돼 행사의 본 취지를 퇴색시킬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에서 단상의 정중앙에 마련됐던 좌석은 이 대통령 취임 뒤 단상 아래의 일반 내빈석에 배치됐다. 21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65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에서도 이 대통령은 단상 아래에 자리했다.
단상 위에는 이날 행사의 주인공인 명예경찰소년단, 금년 성과평가 우수 순경, 등산객 인명구조 등 산악안전 업무유공 순경 등이 자리했다. 포상 때도 대통령이 행사 참석자들의 정면에 서서 하던 과거와 달리 이 대통령은 참석자들이 포상자들의 얼굴을 볼 수 있도록 자신이 등을 돌려 포상한다. 이날 행사 때도 그랬다.
행사 때 마다 돌발행동도 잦다. 이날도 이 대통령은 시각장애학생들로 구성된 '한빛 빛소리' 중창단의 축하공연이 끝나자 이들을 직접 찾아 격려했다. 초등학생인 이들에게 이 대통령은 일일이 악수를 하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참 잘한다" "참 예쁘다"고 말하는 등 친근감을 표시했다. 이 역시 계획에 없던 행동이다.
이 대통령의 이런 '격식파괴'는 행사 뿐만 아니라 청와대 내부에서도 이뤄진다고 한다. 청와대 비서관 방은 이미 없앴고, 칸막이도 낮췄다. 대통령 주재로 진행되는 내부 회의는 이 대통령의 일방적인 지시가 아닌 참석자들간 자유로운 토론이 이뤄지도록 했고, 이를 위해 자리 배치도 변경했다.
지난 8월 27일 이 대통령이 주재한 확대비서관회의는 청와대 행정관들까지 전부 참석시켰고, 자리 배치도 이 대통령과 수석들이 맨 앞에 앉고 나머지 비서관들이 바라보고 경청하는 기존의 회의 방식이 아닌 수석들과 행정관들이 섞어 앉아 자유롭게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당시 이 대통령은 이런 회의 배치를 보며 "수석들이나 비서관들이 앉는 자리가 따로 있고, 행정관이 앉는 자리가 따로 있다고 생각하지 말고 자유롭게 섞여서 소통할 수 있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후 청와대는 월 1회 행정관까지 모두 참석하는 확대비서관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회의 전 티타임 때 마시는 커피도 셀프라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