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화 재혼 1회
  •  「7시다. 늦지마.」
    하고 윤상기가 말했으므로 윤대현은 입맛부터 다셨다.
    그러나 대답은 했다.
    「알았어.」

    오후 1시 반. 오늘은 일요일이어서 둘 다 집에서 빈둥거리던 중이다.

    아버지가 집을 나가자 윤대현이 투덜겨렸다.
    「바쁘시구만.」
    그리고는 윤상기가 한 말을 흉내내었다.
    「7시다. 늦지마.」

    그리고 7시 20분이 되었을 때 윤대현은 극동호텔 지하 1층의 일식당으로 들어섰다. 입구에서 지배인에게 윤상기 이름을 대었더니 즉각 방으로 안내되었다.

    「응, 어서 오너라.」

    짜증낼 줄 알았더니 윤상기가 웃음 띤 얼굴로 윤대현을 맞는다.
    윤상기 옆에는 두 여자가 앉았다.

    「어서와요.」

    웃음 띤 얼굴로 맞는 여자가 이번에 윤상기와 결혼하게 될 박미주, 그리고 그 옆에 앉아 시선도 들지 않는 기집애는 고 머시기라고 했다.

    박미주한테 꾸벅 머리를 숙여 보인 윤대현이 원탁의 빈 자리에 앉았다.

    그때 종업원이 들어와 반찬들을 내려놓는다. 이미 주문을 다 해놓은 것이다.

    「인마, 저기 니 동생한테도 인사 해야지.」
    종업원이 나갔을 때 윤상기가 눈으로 고 아무개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자 박미주도 고가에게 말한다.
    「얘, 수연아, 오빠한테 인사해.」

    둘이 손발이 맞는다. 기집애 이름이 수연인가 보다.

    그때 그 애가 머리를 들고 윤대현을 보았다.
    「나, 수연이야.」

    또랑또랑한 목소리, 눈동자가 검고 흰 창은 맑다. 그 순간 윤대현은 기집애가 멀리 떨어진 것 같은 착시 현상을 일으킨다.

    「그래, 난 대현이다.」
    그렇게 말은 받았지만 착시 현상을 고치려고 윤대현은 눈을 깜박였다가 떴다. 눈싸움에서 진 것 같아서 기분이 더러워졌다.

    윤상기와 박미주가 마주보며 웃었다.

    「잘 지내, 동생하고.」
    윤상기가 말했고 박미주가 받는다.
    「오빠 속 썩이지마.」

    심호흡을 한 윤대현은 최소한 박미주는 속을 썩이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아버지는 윤대현이 열세 살 때, 그러니까 10년 전에 이혼을 했고 그동안 혼자 살았다. 어머니는 이혼한지 2년 만에 재혼을 해서 그 쪽에서도 애가 둘이다. 그래서 자연히 어머니하고는 인연이 끊겨졌다. 어머니가 재혼한 후부터 만나지 못했고 목소리 들은 지도 7, 8년쯤 된 것 같다.

    그리고 지금 앞쪽에 앉아 반찬 그릇을 정리하는 박미주는 남편이 죽은 지 6년이 되었다고 들었다. 암으로 남편이 죽고 나서 6년 동안 혼자 살면서 딸을 키웠다는 것이다. 외동딸 고수연은 스물 하나, 대학 3학년이었고 윤대현은 군에서 제대하고 이번 가을학기에 역시 3학년으로 복학했다.

    「자, 그럼 상견례 했으니까 오늘은 한 잔 마셔도 된다.」
    윤상기가 호기있게 윤대현에게 말했다.

    조그만 하청건설업체를 운영하는 윤상기는 돈은 크게 못 벌었지만 뒤가 없고 성품이 소탈하다.
    어머니가 바람을 피워서 이혼 했을 때도 살고 있던 아파트를 던지듯이 줘버리고 윤대현을 데리고 나와 전셋집으로 옮겨가는 스타일이다.   

    「저기.」
    하고 고수연이 입을 열었을 때는 윤대현이 소주를 두병쯤 마신 것 같다.

    아버지하고 박미주가 따라 주었을 뿐만 아니라 제가 자작을 해서 들이켰기 때문에 가장 많이 마셨다.

    고수연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