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성산은 도룡뇽 천국  

     터널 개통을 앞 둔 천성산은 도룡뇽 천국이라고 한다. 지율이란 친구는 그렇다면 헛짓을 한 것 아닌가? 물론 공사를 하느라고 본의 아니게 도룡뇽 님들의 낮잠을 설치게 한 점은 있었을 것이다. 미안한 일이다. 어떤 종류의 인간들에겐 천성산 도룡뇽보다 못한 우리 인간도 누가 졸지에 낮잠을 깨우면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살인까지 저지르는 수가 있는데, 하물며 인간보다 높은 천성산 도룡뇽이랴.

      오래 전 일이지만 경상도 의령에선 한 여인이 만취 상태로 곤하게 낮잠에 빠져 있는 경찰관 애인의 콧잔등에 사뿐히 날아 앉은 파리를 냅다 내려치는 바람에 기절초풍 깨어난 그가 카빈총을 난사해 마을 전체가 초상집이 된 적이 있다. 지율이란 친구는 아마도 우리가 환경운동가들의 지엄한 경고를 무시한 채 함부로 터널 공사를 했다가 선잠 깬 도룡뇽 떼가 혹시라도 카빈총 아닌 수류탄이라도 터뜨릴까 염려한 남아지 세계 신기록을 깨면서까지 그토록 초인적인 단식투쟁을 했던 것 아닐까? 그 점에선 지율 나름의 공로도 전혀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천성산에 터널을 뚫다가 도룡뇽 님들이 불도저 바퀴에 깔려 대학살을 당하는 참사는 없었으니 결과가 그렇게 됐을 바에야 지율의 공로가 그리 큰 것은 아니었을 터. 그래도 그렇게 오래 동안 단식을 하고서도 꺼떡 없었다니 그것만은 희한하고 신기하다. 국회가 국정조사를 실시해서라도 그 비법을 알아낼 만한 일이다. 그 비결을 북한의 밥 굶는 꽃제비들한테 전수하면 그 의의가 클 것이기에. 

     그럼에도 지율과 노무현의 귀책사항은 가벼이 볼 수 없다. ‘도룡뇽에 대한 명상’ 때문에 공사에 차질을 빚어 막대한 국민 혈세를 허비한 점만은 그냥 지나칠 일이 아니다. 마땅히 구상권을 행사해서라도 재정적 책임을 물려야 할 것이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잘 아는 체, 그럴 듯하고 거창한 명분 내세워 설쳐대는 꼴만 안 보고 살아도 한국인들의 평균수명은 지금보다 훨씬 더 늘어날 터인데...

     <류근일 /본사고문,언론인>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