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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수가 귀국한 것은 출국을 한지 사흘째가 되는 날 오후였다.
조대준의 여권을 빼앗겼기 때문에 영사관에 가서 확인을 하고 임시 여권을 받는데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너, 그만둬.」
나흘째 되는 날 회사에 출근했더니 사장 박한석이 대번에 말했다.사무실 안에는 경리부장 오기호, 영업과장 최용기에다 박미향까지 다 있었는데 모두 입을 다문 채 시선만 준다.
눈을 치켜 뜬 박한식이 잇사이로 말했다.
「뭐? 휴가내고 중국에 놀러갔다 왔어? 이 시발놈이 날 뭘로 보고.」그러더니 손에 들고 있던 빈 종이컵을 김동수에게 던졌다. 종이컵이 날아가 옆쪽 벽에 맞았다.
「너 이새끼, 뭘 가져왔는지 모르지만 이 장사는 못할거다. 두고봐.」
그 말에 김동수는 어깨를 늘어뜨렸다.사장이 제 방으로 들어갔을 때 이번에는 오기호가 다가왔다. 그러더니 외면한 채 말했다.
「책상 정리해.」
「알았습니다.」
「퇴직금 없는 거 알지?」
「압니다.」
「뭐 가져왔냐?」
「안가져왔습니다.」
「얀마, 니 입출국 기록을 우리가 다 체크했어. 다렌에서 고추 가져왔냐?」책상 서랍을 열던 김동수의 시선이 박미향의 옆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다.
조대준이 강도를 당한 후에 박미향한테 연락을 했던 것이다.
박미향은 놀랐지만 차분했다. 하긴 방방 뛴다고 해서 강도당한 시계가 돌아올 것인가?「최과장한테 연락해서 휴가 며칠 더 내야겠다고 말해요.」
그렇게 충고한 박미향이 전화를 끊었던 것이다.3천만원을 투자한 박미향으로써는 이유야 어떻든 김동수를 죽여버리고 싶었을 것이다.
책상 정리를 할 것도 없이 사물 몇 개만 봉투에 넣은 김동수가 그때까지 옆에 서있던 오기호에게 말했다.
「그럼 갑니다.」
그러면서 사무실을 둘러보았더니 박미향은 물론이고 최용기도 머리도 들지 않았다.사무실을 나온 김동수가 한 10분쯤 걸었을 때였다. 머리가 띵했고 아무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탈것을 타지 않고 무작정 걸은 것이다.
주머니에서 핸드폰이 진동을 했으므로 김동수는 꺼내 보았다. 영업과장 최용기다. 응답을 했더니 최용기가 낮게 말했다.
「야, 나도 조금 전에야 알았어. 너 진짜 다렌 갔다 온거야?」김동수가 가만있었더니 최용기가 말을 잇는다.
「얀마, 나한테도 비밀로 하고 무슨 작업을 하러 간거야?」
「미안합니다.」
「좌우간 오늘 저녁에 만나자.」그러더니 시간과 장소를 일방적으로 정해놓고 전화를 끊었다. 그러면 이번 작업에는 사장과 오기호가 수사를 한 것이다. 이런 일로 출입국 사무소와 안면이 넓은 터라 출입국자 체크하는 것은 일도 아니다.
그날 저녁 8시가 되었을 때 인사동의 식당에서 김동수와 최용기는 마주보며 앉았다. 최용기의 두 눈이 번들거리고 있다.
종업원에게 주문을 하고 난 최용기가 헛기침을 하고나서 말했다.
「내가 하루 종일 도매상 조사를 했어.」김동수의 시선을 받은 최용기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웃는다.
「자식, 대단해. 크게 한탕 치고 그만 두었구만. 한 2억 먹었지?」
그리고는 입맛을 다시면서 다시 째려보았다.
「엊그제 특A급 시계 5천개가 들어왔어. 니가 가져온거지?」놀란 김동수가 침부터 삼켰다.
「시계 5천개요?」
「그래, 백용철이가 받았다는데.」맞다. 도매상 이름이 백용철이다. 그놈한테 시계를 넘기기로 한 것이다.
김동수는 심호흡을 했다. 그렇다면 시계는 계획대로 들어왔다.
다만 김동수가 제외되었을 뿐이다.그렇다면, 그 순간 김동수의 눈앞에 박미향의 얼굴이 떠올랐다.
<젊은 그대- 제4화 '취업' 끝... 내일부터 제5화 '재혼' 연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