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을 여행하는 사람은 누구나 한 번쯤은 만리장성을 찾아보게 됩니다. 그만큼 중국과 만리장성은 밀접하게 얽히어 있고 만리장성을 방문한 사람은 누구나 진나라의 시황제를 생각하게 됩니다.

    ‘정’이라는 이름을 가진 왕자가 진나라의 왕위에 올랐을 때 그의 나이가 열세 살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때는 기원전 247년, 그는 여불위라는 실권자의 손에서 놀아날 수밖에 없는 연소한 왕이었으나 나이가 들면서 그 꼴을 보고 가만있을 수는 없었을 겁니다.

    더욱이 그의 부왕 서거 뒤에 그의 모친이 바람이 나서 아이를 둘이나 낳았다는 사실을 알고 분개하여 그 정부와 두 아이를 살해하고 마침내 오만불손한 여불위의 관직을 박탈하였고 그로 하여금 독을 마시고 자살하게 만들었습니다. 즉위하고 12년 째, 정왕의 나이 25세, 그는 진나라의 명실 공히 최고 권력자가 된 것입니다.

    그는 주변의 6국을 다 정복하고 천하 통일에 성공했을 때 나이가 서른아홉, 그리고 진왕 정은 황제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그 후로 그런 방대한 국토와 인민을 통치하는 왕은 황제라고 부르게 되었고 그의 칭호는 진시황이 된 것입니다.

    그는 왜 ‘경서를 불태우고, 유생 460여 명을 산 채로 구덩이에 묻어 죽이는’(분서갱유) 그런 만행을 저질렀을까요. 사상을 통일하여 반대가 없는 절대 군주 노릇을 영원히 하고 싶었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권력을 영원히 누리기 위해서 그는 죽음을 영원히 멀리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진시황은 정치체제는 완벽하게 정비하고 목숨만 영원하다면 그 권력을 영원히 누릴 수 있다고 착각하고 ‘불로초’를 구해 오라고 젊은 남녀를 한반도에까지 보냈다는 전설도 있습니다.

    그의 궁극적인 꿈은 영원히 사는 일이었으나, 기원전 210년 천하를 순유하다 하북성의 어디에서 인간 중병에 걸려 세상을 떠나니 때의 나이 50세, 천하 통일하고 11년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권력도 목숨도 영원할 수는 없습니다.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 www.kimdonggil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