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 경제주의'만으론 못 이긴다  

     왜 경제적으로 거덜난 김정일의 북한을 그 반대인 우리가 압도 하기는 커녕 밤낮 그것에 휘둘리며 사나? 경제주의자 이명박 대통령은 한 번 말해보시라. 이유가 도대체 뭔가? 우리는 경제적으로 북한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우월하다. 그러나 우리는 과연 북한을 우리가 원하는 대로 끌고 가고 있는가, 얻어터지느라 볼 일 못 보고 있는가? 물으나 마나다.  

     이유는 간단하다. 우월한 경제력을 우월한 군사적 억지력, 우월한 정치적 투쟁력, 우월한 정신적 기력(氣力), 우월한 내부 통제력으로 연결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왜? 철학의 빈곤 때문이다. 철학, 하면 "그게 무슨 고리타분한 소리냐?“ ”웬 형이상학적인 개똥철학이냐?“ 할 것이다. 그게 바로 경제주의자들의 한계요 무지다.  

     철학은 그 어떤 사변적(思辨的)인 추상론으로 가자는 뜻이 아니다. 그리고 임진왜란 때의 사색당쟁(四色黨爭) 주자학도(朱子學徒)처럼 놀자는 뜻이 아니다. 그 때의 충무공(忠武公)처럼, 주적(主敵)에 대한 투철한 응전(應戰)의 의식(意識)을 체계화하고 가치화 하고 내면화 하고 실천궁행(實踐躬行) 해야 한다는 뜻이다. 도(道)의 내공(內攻)과 외공(外攻)이 그것이다. 

     이건, 돈 놓고 돈 먹기나 한 사람의 자질, 사고방식, 인식, 체질, 행동율(行動律)만 가지고는 안 되는 일이다. 그들의 눈에는 ‘돈=힘’만 보이지, ‘의식(意識)=힘’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의 부(富)에도 불구하고 김정일의 빈(貧)이 천안함을 깨고서도 새끼 손가락 하나 보복으로 다치지 않은 이유를 그들의 "돈이면은 다다"는 설명하지 못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바로 그런 한계 때문에 ‘촛불’에 기절초풍, 혼비백산 했다. 이 세상엔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도 있구나 하는 충격과 궁포를 그는 아마 난생 처음 실감했을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바로 그런 한계 때문에 천안함 폭침이라는 국면을 대한민국의 국가, 헌법, 체제, 질서, 정부, 국민, 대통령의 압도적인 헤게모니 창출로 승화 시키지 못했다. “그런 일 언제 있었던가?”의 천안함 이전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정치적 자산(資産)을 쓸 줄 몰라도 어떻게 그렇게 쓸 줄 모르는가? 

     물질적 토대가 의식(意識)을 결정한다고 한, 이미 오래 전에 퇴색한 고전적 마르크스주의의 경제 결정론을 진짜로 믿고 따르는 제자는 그래서 레닌도 모택동도 아닌, 철학 없는 일부 부르주아 정치-경제 권력 엘리트라는 말이 있다. “돈이면 북한을 이길 수 있다”고 낙관하는 남쪽의 안일한 경제 환원주의자들이야말로 그 점에서 가장 충실한 ‘속류(俗流) 마르크스주의자’들일지도 모른다.  물론 역설적으로 말해서-. 

     이기는 힘은 더 많은 돈’만은 아닌, 그것을 여러 쓸모있는 도구들 중 하나로 선용(善用)할 뿐인, 주적(主敵)보다 더 강한 의식(意識)과 치열한 내공(內攻)에서 나온다.  

    <류근일 /본사고문, 언론인>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c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