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전에 미국, 국무장관을 지낸바 있는 콜린 파우엘이 어떤 TV(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교육 파탄의 가장 큰 원인은 부모가 아이들을 전혀 가르치지 않고 학교에 보내기 때문이라고 잘라서 말했습니다.

    그것이 미국교육만의 문제가 아니고 전 세계가 교육부재의 홍역을 치루고 있다고 믿어지는 동시에 한국이야말로 교육부재의 시범 케이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한국 어머니들의 교육열은 유태인 어머니들을 능가한다는 말도 있을 정도로 여러 가지 면에서 한국 교육은 세계적입니다.

    한국의 모든 어머니들은 자기의 아들·딸이 한국에서 제일 좋은 대학에 들어갈 수 있게 하기 위하여 어떤 희생도 감수합니다. 아이들의 학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옷을 사지 않고 영화구경을 가지 않습니다. 경제적으로 곤경에 빠진 어머니들 중에는 매일 파출부로 나가서 안하던 중노동을 하다가 허리를 다치고 몸을 버린 사람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자녀가 모두 일류 대학에 들어가서 장차 판사가 되고 검사가 되고 의사가 되게 하기 위해 온갖 고생을 다하지만 비록 그런 꿈이 이루어진다고 하여도 아이들의 부모에 대한 자세나 국가에 대한 태도는 수준보다 훨씬 뒤떨어집니다. 부모의 그런 고생에 대하여 고마움보다는 미움이 앞서는 아들·딸도 많습니다.

    한국인이 5000년 역사에서 가장 풍요로운 시대를 살고 있지만 나라에 대한 고마운 생각이나, 언제라도 이 나라 대한민국을 위해 목숨을 바치겠다는 생각은 전혀 해보는 일이 없기 때문에, 6·25는 북의 남침으로 터진 것이 아니라 남의 북침으로 시작되었다고 거짓말을 해도 아무렇지도 않고, 이러면 어떻고 저러면 어떠냐는 식으로 방관하는 자세이니 앞으로의 일이 걱정입니다.

    우리들의 부모는 우리 아이들에게 조국의 역사는 전혀 가르치지 않고 출세하고 돈 벌라고 독촉만 하여 왔으니 교육이 부재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바로 그 점이 우리가 유태인들에게서 배워야 할 점입니다.

    우리는 일제 36년의 고역을 젊은이들에게 알려주지 않았고 6·25 동족상잔의 비극을 일러주지 않아서 이 꼴이 됐지만 유태인은 나라 없이 헤맨 2000년의 방랑생활의 고통을 항상 후배들에게 일깨워 주며, 히틀러 손에 죽은 억울한 600만 유태인의 원혼을 달래기 위해 어떤 상황에서도 이스라엘은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한다고 가르쳤습니다.

    교육은 국가의 백년대계라고 속에도 없는 말을 되풀이하며 교육 부재의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었습니다. 기본이 전혀 돼 있지 않는 오늘의 한국인이 세계를 이끌고 나간다는 것이 당장에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여겨집니다.

    아버지·어머니가 집에서 가르치기를 포기한 아들·딸을 어디서 누가 가르칠 수 있단 말입니까.

    <김동길/연세대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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