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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 받았죠?」
다음 날 점심시간, 사무실에 둘이 남았을 때 박미향이 물었다. 출발일이 사흘 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예, 어제 나왔습니다.」
김동수가 박미향의 눈을 보면서 대답했다.10평쯤 되는 사무실 안이어서 박미향과 거리는 2미터정도, 비스듬한 위치였지만 콧등의 주근께도 다 보인다.
「여기도 준비 다 되었어요. 돈만 가져가면 돼요.」
박미향이 부드러운 표정으로 말을 잇는다.
「귀찮게 달라 가져갈 것도 없어요. 수표 건네줘도 돼요.」
「내가 2천 내도 됩니까?」불쑥 김동수가 묻자 박미향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눈썹 하나 까닥하지 않는 것이 꼭 정지된 화면같다.
김동수가 말을 잇는다.
「솔직히 내가 진 부담만큼 몫도 늘리자는거죠. 박미향씨가 안된다면 할 수 없지만 말입니다.」
「내가 말하지 않았지만 경비가 꽤 들어가요.」
「그것도 2대3으로 같이 부담합시다.」
김동수가 시선을 떼지 않고 말했다.인간의 뇌는 그 섬광같은 순간에도 맹렬하게 생각을 만들어낸다. 김동수의 뇌가 만들어낸 생각은 박미향과 섹스를 했다면 이런 제의는 못했겠다는 것이었다.
그때 박미향이 얼굴을 펴고 웃었다.
「좋아요. 그렇게 하죠. 천만원권 수표로 준비해 오세요. 나두 삼천 준비할께요.」
「고맙습니다.」
「그럼 앞으로도 2:3의 비율로 하는 것으로 알고 있을게요.」그러더니 자리에서 일어섰다.
「점심때 세관 사람을 만나기로 했어요.」
박미향이 말을 이었다.
「로비 자금으로 천만원 들어요. 그것도 2대3으로 나눠야겠죠?」
「그러죠.」몸을 돌린 박미향이 사무실을 나갔으므로 김동수는 길게 숨을 뱉는다. 자리에 앉은 김동수가 핸드폰을 꺼내 버튼을 누르자 신호음이 두 번 울리더니 응답 소리가 들렸다.
「오빠 점심 먹었어?」
정수민이다.
「응 그래. 근데 너 돈 얼마 준비할 수 있어?」
김동수가 묻자 정수민은 금방 대답했다.
「천만원.」
「좋아. 그럼 그거 수표 한 장으로 준비해. 내가 물건 사러 중국에 갈테니까.」
「뭘 사오는데?」
「그건 넌 몰라도 돼.」
「얼마 남는데?」
「두배.」다섯배 남는다고 할 수는 없다. 두배만 남겨줘도 하느님 소리를 할 것이다. 그 순간 수화구에서 숨 들이켜는 소리가 들리더니 정수민이 다급하게 말했다.
「알았어. 언제 줄까?」
「내가 사흘 후에 떠나니까 오늘이나 내일까지.」
「그럼 오늘 저녁에 만나.」
그리고는 묻는다.
「오늘 나, 집에 안들어가도 되지?」
「이게 정말.」김동수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너, 내 애인 떨어지게 만들려는 거야?」
「능력 있는 남자는 애인 둘쯤 보통이라고 하더라 뭐.」
거침없이 대답한 정수민도 큭큭 웃었다.통화를 끝낸 김동수가 자리에서 일어섰을 때 마침 최용기가 들어섰다.
「사흘 휴가 가서 푹 쉬고 와.」
최용기가 선심 쓰듯이 말했다.그 사흘 동안 중국에 물건 가지러 가는 줄 안다면 최용기는 기절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