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현장> 우리가 바보인가, 근거없이 땅 파게?남굴사, 수일내 12m 파내려가면 확인가능중년남자 차 세우고 “가만 안두겠다” 위협도
  • “시청에서도, 면사무소에서도 공무원도 오고, 군인들도 오지만 한심한듯 혀를 끌끌찹니다. 무작정 땅을 파 제끼며 땅꿀 찾는다고”

    남침 땅굴를 찾는 사람들(이하 남굴사 : http://www.ddanggul.com)의 김진철 목사가 땅굴 확인 굴착현장에서 분통을 터뜨렸다. 개인 돈 들여 파고 있는데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불법아니냐” “왜 하냐”며 속을 긁기 때문이다.

  • ▲ 8일째 지하 8미터 이상 파내려가자, 바위틈 사이로 물이 흘러나오고 있다ⓒ
    ▲ 8일째 지하 8미터 이상 파내려가자, 바위틈 사이로 물이 흘러나오고 있다ⓒ

    남침땅굴민간대책위원회 회원들이 5일부터 어렵사리 시작한 땅굴확인 작업속도가 한층 빨라지고 있다.

    김진철 목사의 지휘로 진행되는  탐사작업은 오늘로 3일째다. 7일 현재 가로 10여m 세로 20여m로 굴착현장을 확장했고 가장 깊은 곳은 8~9m정도까지 파내려 갔다.  포크레인 2대가 릴레이로 퍼 올리는 황토와 자갈을, 트럭2대가 번갈아가며 부지런히 날랐다. 표층아래 2m 폭으로 드러난 바위층의 틈새로, 물이 새나오기 시작했고 차오를 때마다 양수기를 가동했다.

    북한 남침땅굴을 탐사하는 곳은 파주시 탄현면 아쿠아랜드 진입로 근처다. 자동차와 사람이 자주 오가니 작업도 쉽지 않다. 자유로를 지나가던 차량에서 한 중년 남자가 내려 사진을 찍으며 자연스럽게 현장에 오더니 갑자기 욕설을 하며 “왜 이런 짓을 하냐. 가만 안두겠다”고 고함을 치고는 사라지기도 했다.

    이날 탐사 현장엔 9사단 관계자 6명도 나와 현장을 살폈고, 장교가 돌아간 뒤 일부는 탐사하는 동안 계속 자리를 지켰다. 파주시 탄현면 관계자 4명도 현장을 지키다 자리를 떴다.

    현장을 지킨 9사단 J 준위는 “현재 공식적으로는 땅굴로 볼 수 없다. 과거에 부대에서 조사했던 곳이다. 민간인이 국가를 위해 판다고 하니 뭐라고는 못하지만, 신뢰성에 의문이 간다”고 했다. 그는 또 “땅굴에선 공기 흡입을 하기위해 지표로 구멍을 뚫게 된다. 옛날에 발견한 땅굴도 공기구멍으로 올라온 수증기가 단서가 됐었다. 시추공으로 해야지 땅이 꺼진 것으로 판단할 수 없다”고 의구심을 보였다.

    L준위도 “땅굴에는 몇가지 징후가 있다. 사단내 전문가도 있다. 전문장비로 탐사하다 어려우면 상급부대로 올린다. 마구잡이로 땅을 파서 조사하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땅굴 탐사를 이끌고 있는 김진철 목사의 생각은 달랐다. 일부의 걱정대로 마구잡이로 파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 ▲ 김진철 목사는 물리탐사 장비 측정결과를 근거로 지하동공 폭이 빨간표시를 한 나무와 왼쪽 나무 사이만큼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 김진철 목사는 물리탐사 장비 측정결과를 근거로 지하동공 폭이 빨간표시를 한 나무와 왼쪽 나무 사이만큼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목사는 “우리가 바보인가? 돈 들어가는데 아무 곳이나 그냥 파냐?”고 반문하며 “전문장비로 물리탐사를 마쳤다. 지하에 동공이 2개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추공을 뚫어 내시경 카메라를 넣어 동공에 물이 차있는 것도 확인했다.”고 땅굴 존재를 자신했다.
    그리고 물이 탁해 형체 구분이 안돼 촬영 데이터를 전문기관에 보내 분석과 화질 개선을 의뢰했다고 밝혔다.

    땅굴의 지하 위치가 너무 낮다는 의문에 대해서도 “임진강 지하에 40m깊이로 땅굴을 판다는 탈북자의 증언도 있다. 북한쪽에서 남쪽으로 40m깊이로 계속 오는 게 아니라 비스듬하게 파 올라오는 것이므로 10여m 깊이로 파더라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 김진철 목사가 예상하는 땅굴 경로. 임진강 건너에서 지하 40m가 비스듬히 올라오면서 탐사 위치쯤은 10여m쯤 된다고 보고 있다.ⓒ
    ▲ 김진철 목사가 예상하는 땅굴 경로. 임진강 건너에서 지하 40m가 비스듬히 올라오면서 탐사 위치쯤은 10여m쯤 된다고 보고 있다.ⓒ
     
  • ▲ 빨간 원이 탐사 지점. 초록 원이 출구 방향. 빨간 점선은 지하 동공의 경로ⓒ
    ▲ 빨간 원이 탐사 지점. 초록 원이 출구 방향. 빨간 점선은 지하 동공의 경로ⓒ

     

    김진철 목사는 “80년대 현역 군인으로 이곳에 근무했던 시민의 제보로 이곳의 땅굴 존재를 의심하게 됐고 제보를 받은 뒤 몇년 뒤인 95년 9월에는 아쿠아랜드 주차장 뒤쪽 야산 일부가 아무런 이유 없이 주저앉아 더욱 땅굴 존재 가능성을 높여줬다.”고 설명했다.

    이미 몇 달전부터 탐사기로 이곳 일대를 조사하고, 지난달 말부터 시추작업에 들어간 대책위는 이미 시추구멍을 통해 내시경 탐사까지 마쳤으며, 현재 지하 8m넘게 굴착작업이 진행된 상태이다.

    현재 땅굴의 폭은 4m이상으로 추정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진철 목사는 “물리탐사기로 측정해서 알아낸 동공 폭이 그 정도로 판단된다”고 했다. 임진강 북한지역에서 시작돼, 평야 한가운데 농로 옆 나무가 있는 곳을 거쳐 현장까지 이어진다고 계산했다.

    남침땅굴민간대책위원회 기술고문인 이종창 신부는 “출구는 아쿠아랜드가 있는 산을 지나 기독교인 묘지쯤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김진철 목사도 “출구방향으로 계속 이어져 있는 땅굴의 중간지점을 뚫어 확인하면 된다. 특별한 변수가 없으면 수일 내 동공이 있는 깊이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신부는 1975년 군 의뢰를 받아 강원도 철원에서 제2남침땅굴을 발견하는데 큰 기여를 해 같은 해 4월 25일 보국훈장 광복장을 받은 땅굴 전문가이다. 그는 “내 자신이 찾아낸 제2남침땅굴을 비롯해 지금까지 발견된 남침용 땅굴 4개는 모두 진짜를 숨기기 위한 (위장용)가짜”라고 주장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