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에는 좀 커요.」

    회사 근처의 설렁탕집에서 마주 앉았을 때 박미향이 말했다. 얼굴에 옅은 웃음기가 떠올라 있다.

    「뭔데요?」

    이미 한번 맛을 본 터라 김동수의 표정은 진지했다. 박미향이 하자는 대로 할 자세가 되어있는 것이다.

    식당 안은 저녁 겸 술을 마시는 손님들로 혼잡했다. 그래도 박미향이 식탁위로 몸을 굽히고는 낮게 말했다.

    「시계.」
    「시계?」
    「짝퉁 시계요.」

    김동수가 눈만 껌벅였을 때 박미향이 말을 잇는다.
    「특 A급.」

    시계는 모른다. 그리고 지금까지 짝퉁을 실어온 적이 없다. 불량품일지언정 고추는 분명 붉은색 고추였고 참기름도 검게 변하긴 했지만 참기름이었다. 가짜는 아니었다.

    김동수의 표정을 본 박미향이 풀석 웃었다.
    「놀랐어요?」
    「예, 좀.」
    「잘 모르시나본데, 우리 뉴스타상사가 이만큼 기반을 잡은 건 짝퉁때문이라구요.」

    김동수는 시선만 주었고 박미향이 목소리를 더 낮췄다.
    「가끔 사장이 직접 짝퉁을 들여와요. 사장 전용 배달꾼을 시켜서 그러다 보니까 최과장도 가끔 짝퉁 작업을 해요.」
    「최과장도 말입니까?」
    「지난달에 가방 150개를 들여왔어요. 간단하게 2천쯤 먹었을 걸요?」
    「......」
    「배달꾼 한두명만 쓰고 금방 처리되는 물건이니까 가끔 해먹는거죠.」
    「박미향씨는 어떻게 그렇게 잘 압니까?」
    「내가 도매상을 주르르 꿰고 있거든요.」

    그리고 박미향은 뉴스타상사의 터주대감인 것이다. 최과장보다도 경력이 길다.

    심호흡을 한 김동수가 물었다.
    「세관에서 문제는 없을까요?」

    물론 손을 다 써놓고 하는 작업이지만 걸리면 교도소에 들어간다. 손을 썼다고 안심할 수 가 없는 것이다.

    그러자 박미향이 머리를 끄덕였다.
    「15일에 다렌행 드래곤호를 타고 가서 그 배로 다음날 도착하면 되요. 그때 세관에 손을 써 놓았으니까.」
    「시계는 몇 개인데요?」
    「5백개.」

    놀란 김동수가 심호흡을 했을 때 박미향이 말을 잇는다.
    「개당 10만원씩 5천만원, 여기로 가져오면 바로 2억 5천에 넘기기로 했어요.」
    「......」
    「특 A급이어서 아마 이곳 짝퉁 시장에서 개당 1백만원정도로 팔리거나 아니면 수천만원짜리 정품으로 둔갑할 수도 있겠죠. 그건 사기꾼들이 알아서 할 일이고 우린 다섯배만 남기면 돼요.」
    「이번 배달꾼은 누굽니까?」

    김동수가 갈라진 목소리로 묻자 박미향이 똑바로 시선을 주었다.
    「김동수씨가 한번 뛰어 보시죠.」

    박미향의 눈빛이 강해졌다.
    「전과가 없으니까 조사 대상이 되지 않을 테니까요. 글고 그쯤은 댓가를 치러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