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것 봐.」
    하고 정기철이 정수용의 편지를 민화 앞에 내밀었다.

    다음날 오후 12시 반, 점심시간이다.
    둘은 정민화의 매장 근처 커피숍에 마주앉아 있다. 편지를 받아 든 민화의 눈이 커졌다.

    「아빠가 나한테 남긴 편지야. 읽어.」
    민화가 편지를 읽는 동안 정기철은 딴전을 피웠다. 핸드폰 문자 메시지를 다시 읽고 스팸 메일까지 확인했다.

    이윽고 민화가 머리를 들었을 때 정기철이 말했다.
    「나, 오늘 귀대 할란다. 그러니까 너도 이젠 집에 돌아와.」

    정민화의 두 눈이 빨개져 있다. 눈물이 잔뜩 고여져 있어서 바람만 불어도 넘쳐 떨어질 것 같다. 정기철이 말을 이었다.
    「니 친구하고 같이 오던지. 이젠 아빠가 무섭지 않지?」

    그 순간 민화의 눈에서 주르르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러고는 딸꾹질을 하고 나서 말했다.
    「아빠가 불쌍해.」
    「그건 됐고.」

    정기철이 주머니에서 접혀진 봉투를 꺼내 민화에게 내밀었다. 돈 봉투다.
    「이거, 네가 보관하고 있어.」

    정수용한테 간 봉투가 어머니 손을 거쳐 왔다가 다시 정민화에게로 옮겨졌다. 정민화가 봉투를 받아들자 정기철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나, 엄마한테 인사하고 갈란다.」
    「오빠, 좀 더 쉬고 가지.」
    따라 일어선 민화가 말하자 정기철은 쓴웃음을 지었다.
    「여기 있으면 더 피곤해져.」

    정기철이 다시 받아든 정수용의 편지를 가슴 주머니에 넣고 손바닥으로 누르면서 말했다.
    「아빠 심정 이해하지? 너한테 미안하고 부끄럽다고 한거말야.」
    「알아.」
    「그걸 알면 집에 들어가. 아빠 하나도 안무서.」
    「알았어. 곧 들어갈게.」

    민화와 헤어진 정기철은 어머니를 만나려고 이태원 주택가로 간다. 정기철이 이쪽에 온 것은 처음이다.

    저택 근처의 편의점에서 기다리고 있던 김선옥이 군복 차림의 정기철을 보더니 눈물을 글썽였다. 오늘 귀대한다고 했던 것이다.

    「왜 벌써 들어가려는거야?」
    편의점의 조그만 탁자를 사이에 두고 앉았을 때 김선옥이 물었다.

    그러자 정기철이 잠자코 정수용의 편지를 꺼내 내밀었다.

    놀란 김선옥이 편지를 받아들고 읽으면서 계속 눈물을 쏟는다.
    편의점에 들어선 손님들이 힐끗거리다가 서둘러 지나쳤다.

    이윽고 편지를 내려놓은 김선옥이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리면서 말했다.
    「불쌍해. 내가 좀 더 보듬어 줬어야 했는데.」
    「아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거야. 엄마, 이젠 정돈을 하라고 이 편지를 보여 준거야.」

    다시 편지를 가슴 주머니에 넣으면서 정기철이 말했다.
    「엄마, 이젠 아빠가 얼마나 가족을 사랑했는지 알거야. 그럼 남은 일은 우리 셋이 기운을 내서 열심히 사는 것이라구. 그게 아빠 마지막 부탁이니까 말야.」
    「오냐, 알았다.」
    손등으로 눈을 닦은 김선옥이 머리를 끄덕였다.

    「장하다, 내 아들.」
    「나, 갈게.」

    자리에서 일어선 정기철이 먼저 편의점을 나온다.
    김선옥을 향해 절도 있게 경례를 올려붙인 정기철이 몸을 돌렸다.

    아직 오후 두시밖에 안되었다. 초가을의 햇살이 환해서 정기철은 눈을 가늘게 떴다. 

    <젊은 그대, 제3화 '귀향' 끝> <제4화 '취업' 20일부터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