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린 임금 받으려다 '망치 세례' 충격
  •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쇠망치 폭행사건' 발생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공연기획사 간부가 유명 뮤지컬 배우를 쇠망치로 폭행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17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배우 임모(36)씨는 지난달 22일 뮤지컬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아티움' 5층 로비에서 뮤지컬 '코러스라인' 제작사인 나인컬쳐 재무이사 김모(40)씨를 만났다.

    이 건물 내 극장에서 지난 6~8월 열린 '코러스라인' 공연에 주연급으로 출연했던 임씨는 그동안 다른 배우들과 함께 급여 일부를 받지 못한 상태였다.

    ◆"밀린 돈 주겠다더니" 망치로 가격

  • ▲ 공연기획사 간부 김모씨가 뮤지컬 배우를 폭행하는 장면을 담은 CCTV. ⓒ 제공=MBC
    ▲ 공연기획사 간부 김모씨가 뮤지컬 배우를 폭행하는 장면을 담은 CCTV. ⓒ 제공=MBC

    더욱이 최근 둘째 자녀 출산을 앞두고 목돈이 필요해진 임씨는 "밀린 급여 급여 225만원을 달라"고 김씨에게 항의했고 결국 김씨는 22일 오후 1시경 임씨에게 "3시까지 현금으로 줄 테니 극장 로비로 오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고.

    이에 2시 40분경 공연장 앞 테이블에서 만난 두 사람은 급여 문제를 놓고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런데 갑자기 김씨가 들고 온 서류봉투에서 현금이 아닌 쇠망치를 꺼내더니 임씨의 목과 왼쪽 등을 마구 내리치기 시작했다. 뜻밖의 가격을 당한 임씨가 바닥에 쓰러지자 김씨는 잔인하게도 임씨를 발로 차는 등 무자비한 폭행을 가했다.

    마침 사건 현장을 지나가던 한 장병이 김씨에게서 망치를 빼앗았고 근처에 있던 극장 직원들까지 합세, 김씨를 저지하기 시작했다. 이후에도 주위 철봉을 집어들고 몇 차례 임씨를 향해 도발적인 행동을 취하던 김씨는 사람들이 몰려오자 부랴부랴 현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당시 김씨는 '돈을 달라'는 임씨의 요구에 "사정이 어려워 어리광을 받아줄 수 없다"고 말한 뒤 항의하는 임씨를 향해 봉투 안에 들어 있던 쇠망치를 꺼내 들고 끔찍한 폭행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김씨는 폭행한 이유에 대해 "임씨가 심한 욕설을 해 우발적으로 벌인 일"이라며 "봉투에 넣어 가져 온 쇠망치는 세트 철거를 위한 것이지 임씨를 때리려고 준비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적반하장" 가해자 김씨, 폭행혐의로 맞고소

    김씨로부터 쇠망치로 어깨와 목를 가격당한 임씨는 전치 4주 부상을 입고 그동안 병원 치료를 받아 온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직후 임씨는 제작사 간부 김씨를 서울강남경찰서에 폭행 혐의로 고소했다. 그런데 폭행 사건 이후 자취를 감췄던 김씨는 3일 만에 다시 나타나 "(자신도)임씨에게 폭행을 당했다"며 맞고소 의사를 밝혔다.

    이에 격분한 임씨는 김씨의 '망치폭행' 장면이 찍힌 CCTV를 확보해 달라고 경찰에 요청했지만, 김씨가 쇠망치로 가격하는 장면을 담은 CCTV는 찾아볼 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코엑스로부터 넘겨 받은 CCTV 5대의 영상에는 김씨가 가격했던 장소가 사각지대에 해당 돼 쇠망치로 때리는 장면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난 것.

    급기야 지난 7일 김씨가 폭행 혐의로 맞고소를 하자 억울한 마음이 든 임씨는 직접 CCTV를 찾기로 결심했고 수소문 끝에 현장 내부를 촬영하던 극장 측 CCTV를 발견, 범행 장면이 고스란히 담긴 CCTV 영상 테이프를 증거물로 경찰에 제출했다.

    ◆폭행장면 담은 CCTV, 경찰 아닌 임씨가 확보

    이처럼 경찰도 아닌 민간인 임씨가 확보할 수 있었던 영상을 사건 초기 경찰은 왜 확보하지 못한 것일까?

    이에 대해 경찰 측은 "임씨의 요청을 받고 현장에 나가 쇠망치는 아니지만 몸싸움을 벌이는 CCTV의 캡처 화면을 확보했다"면서 "그러나 김씨가 이미 범행을 자백한 상태였고 임씨가 피해를 입은 사실이 인정됐기 때문에 더 이상의 추가 영상 확보는 무의미 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초동 수사 당시 CCTV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던 경위에 대해선 현재 조사 중"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은 김씨가 이날 오전 임씨를 쇠망치로 때린 사실을 시인함에 따라 폭력행위등처벌법상 흉기 등 상해 혐의로 입건할 방침이다.

    한편 배우 이종혁과 가수 호란은 17일 미투데이를 통해 '폭행 시비'로 얼룩진 뮤지컬 제작사 측을 겨냥, "내친구, 망치로 머리 맞아 죽을 뻔 했다",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요구하는데 그게 왜 어리광인가? 당신들은 예술할 자격이 없다"고 말하며 씁쓸한 심경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