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55대승호 송환 결정을 내리기 전인 지난 4일 남측에 손해 복구를 위해 쌀과 중장비 등을 요구하여 왔는데 남북 간에 이런 일이 일찍이 없었기 때문에 우리 정부도 북에 우선 쌀을 비롯한 구호물자 100억 원 정도를 지원하는 결정이 내려지게 되었습니다.

    대승호의 선원들은 합법적인 어장에서 조업을 하다가 모두 붙잡혀 31일간의 지옥살이를 끝내고 이제 가족들 품으로 돌아왔으니, 가족들과 얼싸안고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공영목 갑판장만의 기쁨이 아니라 온 국민의 기쁨이라고 가히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줄 것을 다 주고 빼앗길 것도 다 빼앗기고 뺨까지 얻어맞고 이제 어색한 표정으로 내민 손을 잡는 한심한 처지가 되었습니다. 놈들이 천안함을 격침하여 46명의 꽃다운 청춘이 수장되고 이제 겨우 5개월 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 광경을 지켜보는 국민의 감회는 착잡할 수밖에 없습니다.

    북을 도와야지요. 김정일의 학정에 시달리는 북의 2,300만이 한 사람도 빠짐없이 우리들의 동족이요 동포이기 때문에 그들을 위해서라면 세 끼 먹던 밥을 두 끼로 줄이는 일을 우리는 기쁜 마음으로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김정일의 독재를 연장시킬 마음은 털끝 만큼도 없습니다.

    북의 독재자와 그 일당이 남한의 동포애를 악용하여 2,300만을 계속 노예처럼 타고 누르는 일이 계속되도록 돕지는 않겠다는 우리의 결심을 북에 분명하게 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