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평생에 한 번도 외교부의 유명환 장관을 만난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그가 그 부서의 수장이 된 후 이 나라의 대미정책이나 대북정책을 그나마 궤도에 올린 듯 하여 나도 다행스럽게 여기는 사람들 중 한 사람일 뿐입니다.

    그런데 그가 최근에 따님의 특혜 채용 논란에 휘말려 장관직을 물러나게 될 것 같다는 소문이 파다하여 이에 관하여 나의 의견을 피력하고자 합니다. 아들의 병역문제로 청와대의 문턱에서 울며 돌아선 대통령 후보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때 그 ‘병풍’은 허위·날조된 중상·모략으로, 대선이 다 끝나고 한참 뒤에 사실이 아님이 법원에 의해 밝혀진 적이 있었지만 이미 엉뚱한 사람이 대통령의 자리에 앉아 있었기 때문에 억울했지만 도리가 없었습니다.

    유 장관의 딸 문제가 이번에 또 직업적인 모략꾼들 손에서 불거지고 결국은 장관인 아버지와 특채된 딸이 한 방에서 손잡고 통곡하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한 마디 합니다.

    왜 이 대통령은 그런 보고를 받고, “장관은 엄격해야…”와 같은 발언을 하는 겁니까. 자기 밑에서 일하던 사람이 곤경에 빠진 듯 하면 어떻게 그를 도울 길이 없을까 궁리하고 고민해야 옳은 것 아닙니까. 당장 행정 안전부에게 “경위를 철저히 조사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은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처사입니다. 아직은 유 장관이 “우리 딸을 채용해”라고 해당 부서의 직원에게 명령을 내렸다던가 또는 그런 부탁을 한 사실이 드러난 바 없습니다. 장관의 딸은 그 아버지가 일하는 부서에서는 일할 수 없다는 법이 없는 한 원서를 내고 취직을 희망한 사실이 죄가 될 수는 없습니다.

    이명박 대통령, “나의 분신 같다”며 국무총리로 지명된 사람이 “나는 소장수의 아들로”라고 성장 과정까지도 자랑스럽게 공개하며 마치 이 나라의 총리가 다 된 것처럼 큰 기침 하다가 말을 타보기도 전에 그 말의 뒷발에 채여 나가떨어지게 된 그 일에 이 대통령은 아무런 가책도 느끼지 않습니까.

    용산 철거민 사태에 책임을 지고 김석기 경찰청장이, 아무 죄도 없으면서, 사표를 내고 물러나는 것을 보고 나는 분개했었습니다. 김석기 청장이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표를 내면, “왜 당신이 사표를 내? 물러나면 내가 물러나야지”라고 하지 않는 대통령을 모시고 목숨을 바쳐 가며 맡은 일을 다 하기는 어렵겠습니다.

    나이가 80이 넘은 나를 부르실 일도 없겠지만 부르시면 나는 10리, 100리 밖으로 도망가겠습니다. 나는 이상득 의원을 볼 때마다 나이 때문에 밀려났다가 다시 중원에 석권하여 국회의장이 된 박희태 의원을 생각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