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장관, 취임인사차 전직 대통령 예방YS.전두환 총리 낙마에 "딱한 일"
  • 이재오 특임장관이 2일 오전 취임 인사차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서울 상도동 자택을 찾았다.

    이 장관을 정계에 입문시킨 YS는 현 정부의 실세로 불리는 이 장관을 맞아 최근 김태호 전 국무총리 후보자 등 일부 장관 후보자의 낙마를 거론하며 "내가 대통령을 할 때는 청문회라는 게 없었다. 대통령이 임명하면 총리고 장관이고 그냥 하는 것이었다"며 "이번에 보니까 여러 가지 딱한 일들이 있어서…"라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 YS는 이어 "이명박 대통령이 아직도 임기의 반이나 남았으니까 지금부터가 아주 중요하다"며 총리 및 장관 후보자 낙마로 어수선한 분위기를 털고 국정에 매진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 장관이 "건강 좋으시죠. 오늘도 아침에 4km를 걸으셨느냐"고 안부를 묻자 YS는 "하루도 안 빠지고 걷는데 오늘은 태풍이 강하게 불어 나무가 넘어졌다. 주변에서 제발 밖으로 나오지 말라해서 안나갔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또 "이 대통령께 오늘 인사드리러 가겠다고 하니까 안부를 좀 전해 달라고 하셨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YS와 이 장관은 곧 기자들을 물리치고 독대를 해 구체적인 대화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YS예방 뒤 오후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과 이희호 여사, 김장환 목사, 이광선 목사를 잇따라 방문했다.

  • 전 전 대통령은 연희동 자택 현관에서 이 장관을 보자 총리와 일부 장관 후보자 낙마 부터 꺼냈다. 전 전 대통령은 "총리 인준도 잘 안되는 상황에서 중요한 일을 맡으셨다. 이 대통령에게 힘이 안되겠나"라고 덕담했다. 그 역시 "이 대통령의 임기가 2년 반 남았다. 그동안 큰일 많이 하셨는데 앞으로 계속해서 국가 발전에 기여하고 큰일 많이 하실 수 있도록 특임장관께서 잘 도와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으로 자리를 옮겨 이희호 여사와 자리를 함께 했다. 이 장관은 이 자리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살아 계실 때 동교동 옛날 집에서 저에게 웅담을 주시면서 고문당한데 좋다고 하셨다"며 김 전 대통령과의 과거 인연을 회고했다.

  • 두 사람은 이 장관이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투옥했던 당시의 일화들을 소재로 한동안 대화를 나눴고 특히 이 여사는 "요즘은 북한의 3~4살 아이들의 모자를 뜨개질로 뜨고 있다"며 "다음 주에 북한으로 가는 (대북 보건의료 지원단체인 유진벨재단의 회장인) 스티븐 린튼 박사 편에 보내려고 한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북한에서 저와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을 초청한 것을 아실 것"이라며 "이 대통령께도 알려 드렸다. 그런데 시기가 갈 때가 못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여사는 김 전 대통령의 자서전에 친필 서명을 한 뒤 이 장관과 동행한 김해진 특임차관에게 선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