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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Ⅲ> 귀향 (1) 휴가 첫 날
「주인집 아들이 군대 갔어.」
문득 김선옥이 말했으므로 정기철이 머리를 들었다.오후 2시 반, 정기철은 고속버스터미널 안의 식당에서 김선옥과 마주보고 앉아있다. 식당 안에는 손님이 그들 포함해서 둘 테이블 뿐이다.
김선옥이 말을 잇는다.
「그, 말썽쟁이라는 애 있잖니? 너하고 동갑이라는...」
「들은 거 같은데.」정기철이 시큰둥한 표정으로 김선옥을 보았다.
「그게 무슨 이야기꺼리라고 말해? 엄마도 참.」
「신통하잖니? 언젠가 나한테 아줌마 아들 해병대 갔다면서요? 하고 묻더라.」
「난 관심없어.」
해놓고 정기철이 정색한 표정으로 말을 잇는다.
「난 엄마가 주인집 아들이라고 한 말이 기분 나빠. 누가 주인야? 그럼 엄마는 종이야?」
「얘좀 봐.」김선옥이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그 웃음이 의외로 환해서 정기철은 얼떨떨해 진다.
김선옥이 손가락 끝으로 정기철의 코를 눌렀다가 떼었다.
「이봐, 해병. 엄마는 종이 아냐. 그냥 주인집 아들이니까 아들이라고 한거다.」
「아, 시꺼.」
「해병답게 그런거 신경 끄고 대범해져.」그리고는 김선옥이 눈을 가늘게 뜨고 앞에 앉은 정기철의 상반신을 훑어본다. 정기철에게 해병대 제복이 잘 어울렸다. 붉은색 명찰에 쓴 노랑색 이름이 선명하다.
「나, 갈게.」
멋쩍은 표정이 된 정기철이 엉덩이를 민적거렸을 때 김선옥이 가방에서 봉투 하나를 꺼내 내밀었다.
「이거 10만원이야. 적지만 용돈 써.」
「왜이래?」눈을 치켜 뜬 정기철이 김선옥의 손목을 잡아 밀었다.
「날 뭘로 보고?」
「내 아들로 본다.」
「엄마, 이러지 마.」
「안받으면 나 안간다.」정색한 김선옥이 머리까지 저었다.
「자식이 첫 휴가를 나왔는데 용돈도 못주는 에미는 목을 매고 싶을거다. 그게 엄마 맘이다.」
「주인 집에서 일해 돈받는 엄마한테 용돈 받아쓰는 아들도 목을 매고 싶을 거야.」
「말장난 말고 받아. 이놈아.」
하는 김선옥의 두 눈이 번들거렸으므로 정기철이 봉투를 나꿔채었다.「좋아. 받지.」
「걱정말고 잘 놀아.」
「나아 참. 잘 놀라니.」
쓴웃음을 지은 정기철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는 문득 생각이 났다는 표정을 짓고 김선옥을 돌아보았다.
「아버지는 별일 없지?」그 순간 김선옥의 눈동자가 잠깐 흔들렸다가 고정되었다.
「응, 그냥 그래.」
「엄마한테는 뭐.」
「난 괜찮아.」그러자 정기철이 어깨를 부풀렸다가 내리고는 가방을 쥐었다.
「뭐, 집에 가보면 알겠지.」
「싸우지 마.」이제는 김선옥의 얼굴에 그늘이 덮여져 있었으므로 정기철이 머리를 끄덕였다.
「싸우긴. 아버지가 나한테 겜이 되나?」식당을 나온 정기철이 부동자세로 서더니 김선옥에게 절도있게 경례를 했다.
「엄마한테 이렇게 경례하고 싶었어.」





